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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아이돌의 비밀병기, 낚싯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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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아이돌의 비밀병기, 낚싯대

김민기자 , 조윤경기자 입력 2017-10-12 03:00수정 2017-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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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사이 ‘낚시의 재발견’
6세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시작한 마이크로닷은 낚싯배 선장이 꿈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바누아투 등 해외 낚시 경험이 풍부한 그는 낚시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뉴질랜드를 추천했다. 채널A 제공
서점을 거닐던 에이전트 28(조윤경)은 ‘월간낚시21’ 표지에서 아이돌그룹 ‘블락비’ 멤버 재효(27)를 발견했다. 재효는 사진 속에서 무게 10kg짜리 부시리를 들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TV를 틀자 이번엔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목 오후 11시)에서 래퍼 마이크로닷(24)이 쉴 새 없이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장면이 나왔다. ‘힙한’ 아티스트와 낚시라니. 회칼로 능숙하게 물고기 손질까지 하는 마이크로닷을 보자 28은 호기심이 일었다. ‘왜 젊은 스타들까지 갑자기 다들 낚시 타령이지?’

○ 낚시는 마초의 상징?

28은 낚시라고 하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생각났다. 푸틴이 차가운 시베리아에서 웃통을 벗고 낚시하는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상남자’를 자처하는 푸틴은 선거를 앞두거나 군사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상징적 의미를 담아 낚시를 하거나 헬멧 없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공개한다.

그가 몽골 국경에서 무게 21kg의 강꼬치고기(pike)를 낚았다며 인증샷을 올리자 반대자들은 “물고기 배 속에 골드바를 숨겼다”고 의심했다. 외교가에서는 그를 ‘알파 도그(우두머리 개)’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럴 때 낚시는 ‘마초’와 ‘구세대’의 상징이다.

28은 제주 바다에서 낚싯배 나폴리호를 모는 선장 엄성진 씨(41)를 만났다. 그는 “3, 4년 사이 낚시하러 오는 20, 30대가 많아져 최근엔 정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여성도 10명 중 2, 3명은 된다”고 했다. “연예인도 한다니 호기심에 찾아와 알게 된 ‘손맛’을 잊지 못해 낚시에 빠져드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 고독을 찾아 떠나는 도시인


최근 남태평양에서 1m가 넘는 만새기를 잡은 배우 이태곤. 채널A 제공
에이전트 0(김민)은 28의 호출을 받고 배우 이태곤(40)에게 접촉했다. 그는 방송에서 한국과 정글을 넘나들며 낚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각박한 세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량진수산시장에서만 보던 물고기를 자연에서 직접 잡아 요리해 먹는 즐거움이 ‘먹방’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주변 아이돌 가수들이 낚시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 1m가 넘는 만새기를 남태평양에서 잡았는데,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처럼 언젠가 3m가 넘는 청새치를 잡고 싶다”고 했다. 고독을 씹으며 커다란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원초적 감성과 성취감이 낚시의 진짜 매력이라는 말로 들렸다.

전문 채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재인 낚시가 일반 채널에서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EBS ‘성난 물고기’는 도심을 떠나 거친 물고기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류재호 CP는 “낚시를 통해 도전뿐 아니라 현지인의 삶과 자연 환경, 전통적 방식으로 고기를 잡는 모습, 물고기에 얽힌 전설까지 다룰 수 있다”고 했다.

‘광어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씨엔블루 종현. 종현 인스타그램
마이크로닷은 오로지 ‘대물 타령’이다. “일단 낚시는 그냥 가는 거다. 허탕 치면 자연 속에서 힐링했다 치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물을 낚을 때 손맛이 최고다.” 인스타그램에 ‘광어 인증샷’을 올렸던 씨엔블루 종현(27)은 “인간이 수렵 생활도 했지 않나. 본능에서 오는 짜릿한 성취감이 있다.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촬영장에도 낚싯대를 챙겨 다닌다”고 했다.

○ 창조를 위한 충전

낚시가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최자. 최자 인스타그램
소설가 헤밍웨이뿐 아니라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플라잉 낚시를 배운 브래드 피트, 리엄 니슨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도 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아티스트와 낚시 사이에 상관관계라도 있는 걸까.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최자(37)는 이렇게 말했다.

“수평선만 보이는 망망대해에서 낚시에 집중하면 명상하는 기분이다. 계속된 창작활동으로 과열된 두뇌를 식히기 좋다. 대자연과 호흡하면 새로운 창조 에너지도 충전되는 듯하다.”

낚시가 지루하다 생각했던 28과 0. 다음 모임을 바다에서 갖기로 하는데….(다음 회에 계속)

김민 kimmin@donga.com·조윤경 기자
#월간낚시21#블락비 재효#낚시#도시어부#이태곤#씨엔블루 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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