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컴퓨터 보존하라”… 김명수 대법원장, 진상규명 첫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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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료 폐기 의혹 사전 차단… 법관회의 상설화 방안도 검토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동향을 파악·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블랙리스트 관리업무 담당자로 의심받고 있는 법원행정처 기획 제1심의관의 컴퓨터에 대해 보존 조치를 지시했다.

11일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 측과 만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이같이 지시했다. 기획 제1심의관이 사용해온 컴퓨터에 대해 보존 조치를 취한 것은 법관회의가 우려하는 관련 자료 폐기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앞서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사법부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4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는 어떤 정황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측과 임시 기구인 법관회의를 상설화하는 문제 논의도 시작했다. 정계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7기), 김예영 전주지법 부장판사(30기) 등 9명으로 꾸려진 ‘법관회의 상설화 소위원회(상설화 소위)’는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에 법관회의 설치·운영 규칙 초안을 만들어 제출했다.

상설화 소위가 만든 초안에 따르면 상설 법관회의 대표자는 법관들의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며 임기는 1년이다.

상설 법관회의는 △대법원규칙 제정 및 개정에 대한 사전 의견 제출 △법관인사위원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법관징계위원회 등에 위원 추천 △주요 인사원칙에 대한 사전 설명 요구 및 의견 제시 △인사 조치 후 이의 발생 사안에 대한 설명 요구 및 의견 제시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스러운 사안에 대한 조사 및 징계 건의 등의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상설 법관회의가 법관 인사 문제에 개입하면 자칫 ‘법관 노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아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호재 hoho@donga.com·배석준 기자
#블랙리스트#컴퓨터#김명수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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