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도 세금 내야”… 토종 IT기업 ‘역차별’에 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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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기울어진 운동장’]글로벌기업 ‘불공정 경쟁’ 도마에

“저희(카카오, 네이버)만 예뻐해 달라는 게 아니고 딱 똑같이만 했으면 좋겠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혁신해 나가는 운동장에서 우리도 똑같이 뛸 수 있게 해 달라.”(임지훈 카카오 대표·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

“배달의 민족이 광고비를 많이 내는 곳은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나 페이스북입니다. 해외 업체들이 얼마나 버는지 파악도 안 되고 세금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지난달 26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기념 연설)

최근 국내 대표적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계 IT 기업들과 국내 기업 간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금 문제가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로 꼽힌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국내 매출이 공개되지 않는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서버가 국내에 있어야 과세할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구글은 약 58%의 점유율로 약 4조46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에 따른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서대 류민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고 이를 통해 투자자금 실탄을 확보해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들의 조세회피는 공정경쟁을 해치는 심각한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도 외국계 IT 기업의 무임승차에 대해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그는 자회사 라인의 해외 상장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 구글이 앱 마켓을 통해 얼마를 버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글로벌 회사들이 국내에 와서 돈을 벌면 매출도 알리고 세금도 내야 한다. (국내법을 준수하는) 국내 업체들은 불공정한 싸움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내 IT 기업들은 외국계 기업들이 음란물이나 불법정보 규제 적용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의 SNS인 텀블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음란물 삭제 요청 권고를 받았지만 ‘미국법 적용을 받는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가 단속 및 처벌이 어려운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보다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만 불법정보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영상 서비스는 해외사업자의 서비스 이용 비율이 매우 높아 이들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 규제에서도 외국계 기업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국내 포털업체들은 정부의 권고 등으로 음영 표시를 통해 광고와 콘텐츠를 구분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외국 기업들은 별 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 적용을 국내 기업만 적용받는 사례가 대표적 역차별 정책으로 꼽힌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시간(0시∼오전 6시)에 PC 온라인 게임을 제한하는 규제로 국내 PC 온라인 게임에만 적용된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해도 외국에 서버를 두면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넥슨이 서비스하는 축구게임 ‘피파온라인 시리즈’는 셧다운제 적용을 받는 반면, 글로벌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서비스하는 ‘위닝일레븐 시리즈’는 같은 축구게임인데도 이러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예술창작학부 교수)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규제 때문에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내 인터넷 업계는 망 사용료 역차별 문제, 인터넷 포털 기금 출연 법안,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문제 등에서도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에 적지 않은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수년 전부터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막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이익을 내는 것에 비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구글세’ 도입을 비롯해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김현경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서비스 플랫폼 사업은 국외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데 규제를 만들면 국내 업체에만 적용되는 문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졌다”며 “국내 업체에만 적용되는 규제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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