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캥거루 과속’ 막는 구간단속, 서울 도심 첫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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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15> 도심 구간단속 12월 시범운영

서울 도봉구의 편도 2차로 도로에서 과속 구간단속이 실시된다. 고속도로가 아닌 도심 일반도로에 구간단속 시스템이 도입되는 건 처음이다. 구간단속은 카메라 설치 지점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이른바 ‘캥거루 과속’을 막기 위한 제도다. 고속도로의 경우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입증됐다. 그러나 도심 일반도로 도입은 쉽지 않았다. 중간에 연결도로가 있으면 평균속도 측정이 어려워서다. 그럼에도 이번에 구간단속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선진국의 3배에 이르는 보행자 사망 탓이다. 교통사고 보행자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과속이다.

○ 구간단속으로 주변까지 감속 유도

과속 구간단속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 ‘노해로’에서 실시된다. 정의여중 입구 사거리(시점)에서 쌍문1동 주민센터 앞(종점)까지 약 650m 구간이다. 편도 2차로의 한 방향에서만 이뤄진다. 이곳에는 초중고교가 몰려 있다.

경찰청은 다음 달까지 카메라와 표지판 등을 설치한 뒤 12월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평균속도뿐 아니라 시점과 종점의 과속 여부도 단속하는 고속도로와 달리 노해로에서는 진입부터 진출까지 평균속도만 확인한다. 해당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도 겹쳐 제한속도가 시속 30km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이 구간에서 과속 등으로 일어난 교통사고로 2명의 보행자가 숨졌다.

다만 시범운영 기간에는 제한속도를 위반해도 곧바로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경찰은 2개월가량 운영 실태를 분석한 뒤 실제 단속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과속의 경우 정도에 따라 최대 범칙금 15만 원에 벌점 120점이 부과된다. 면허 취소 기준 벌점은 121점이다.

일부에서는 도심에서의 구간단속 효율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속도로와 달리 중간에 차량이 빠지거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통행량이 많은 도로에 구간단속을 실시해 차량 속도가 낮아지면 연결되는 작은 도로에도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나비효과’처럼 주변 지역 전체로 감속 효과가 퍼진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 구간단속은 적발보다는 사고 예방을 위한 속도관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전 분석 결과 해당 시범운영 구간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차량이 전체의 70% 정도”라고 말했다.

○ 도심에 더 필요한 구간단속

과속은 보행자가 많은 도심에서 더 위험하다. 그러나 도심엔 지점단속 시스템만 운영 중이다. 문제는 캥거루처럼 빠르게 달리다 갑자기 속도를 크게 줄이고 다시 급가속하는 차량들이다. 스쿨존 등 보행약자를 위한 지역에서는 더욱 속도를 낮춰야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스쿨존 내 교통사고의 대표적 원인은 규정속도 위반이다. 전국 43개 스쿨존을 조사한 결과 차량의 37.8%가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위반했다.

구간단속의 효과는 국내외에서 입증됐다. 국내에서는 전국 고속도로 59개 구간에서 운영 중이다. 영동고속도로의 경우 지점단속과 구간단속의 교통사고 발생 차이가 약 2배에 달했다. 2011년부터 6년간 영동고속도로 양방향 384.4km 구간의 단속지점 전후 1km 이내 지역에서 지점단속과 구간단속의 교통사고를 비교한 결과 km당 연평균 사고건수는 지점단속이 1.01건, 구간단속이 0.59건이었다.

호주는 구간단속 도입 전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는 7%, 부상자는 21% 줄었다. 오스트리아는 시속 80km 구간인 스테판터널에서 구간단속을 실시한 결과 운영 첫해에 평균속도가 10km가량 줄었다. 2년 후에는 사망사고와 부상사고가 각각 48.8%, 33.3% 감소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심에 구간단속을 도입하는 것은 정부의 교통안전 정책 패러다임이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보행안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전속도 5030’ 정책 취지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은 전국 도심의 왕복 4차로 이상 도로의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60km에서 50km로, 2차로 이하 도로는 30km로 낮추는 정책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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