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썼지만… 신태용호, 러와 평가전 2-4 패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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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잇단 자책골 등 수비불안 속 부진 이어져 팬들 불만 재우지 못해
막판 권경원-지동원 연속 만회골… 2골 도움 이청용 부활은 희망적
10일 아프리카 복병 모로코와 대결

팬들이 더 뿔났다. 성난 여론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첫 기회는 날아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2-4로 패하며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그동안 평가전은 대표팀 전력을 가다듬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은 달랐다. 부진을 거듭하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두고 사령탑 바통을 이어받은 신 감독은 이렇다 할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9차전 이란, 최종 10차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잇달아 0-0으로 비기며 ‘어부지리’로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때마침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 재영입 논란이 불거졌다. ‘히딩크 재영입’ 목소리는 식을 줄 모르고 거세게 불타올랐다. 이번 러시아 평가전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인 한국은 64위의 러시아를 맞아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권창훈(디종)과 손흥민(토트넘)이 이따금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줬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한국만큼 잦은 패스 미스를 연발하던 러시아는 전반 43분 얻은 코너킥을 표도르 스몰로프가 헤딩슛으로 성공시켜 선취점을 얻었다. 이때만 해도 한국의 대량 실점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후반 9분과 11분에 수비수 김주영(허베이 화샤)이 잇달아 자책골을 기록하면서 한국은 순식간에 0-3으로 끌려갔다. 후반 37분에는 알렉세이 미란추크에게 네 번째 골까지 허용했다. 경기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러시아의 수비는 긴장을 늦췄다. 이 틈을 노린 한국은 후반 41분 권경원(톈진 취안젠), 후반 추가 시간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잇달아 골을 넣어 영패를 면했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상대 전적에서 1무 2패가 됐다.

팬들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 히딩크 전 감독이 6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만나 “공식 직함을 맡지 않겠다”고 명확한 의사를 밝혔는데도 한국 축구를 위해 히딩크 감독을 다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심지어 김주영의 잇단 자책골을 놓고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기 위한 선수들의 고단수 전략”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 언론을 통해 히딩크 감독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 나왔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비난과 불신을 계속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네 골이나 내주며 무릎을 꿇었지만 희망적인 모습도 있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K리그 배려 차원에서 해외파로만 선수단을 꾸렸기에 수비 불안은 예견된 것이었다. 반면 패스와 공수 전환 속도 등 팀 스피드가 빨라진 것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권창훈의 날카로운 모습과 그동안 부진했던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이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권경원과 지동원의 골도 모두 이청용이 도왔다. 소속 팀에서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던 이청용은 아시아 최종예선 5∼10차전에 내리 출전하지 못했었다. 이번 평가전에도 K리그 선수들이 선발됐더라면 뽑힐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신 감독은 “수비에서 풀가동을 할 수 없어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이청용이 처음으로 윙백 역할을 맡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권경원이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자신감이 붙은 것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0일 오후 10시 30분 스위스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56위)와 대결한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3차 예선 C조에서 승점 9(2승 3무)로 1위에 올라 있는 팀이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다. 모로코에도 진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신 감독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신태용 감독#러시아 평가전 패배#히딩크 감독 영입#김주영 자책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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