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대 실업자 5명 중 1명이 일해본 적 없는 ‘무기력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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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20대 실업자 39만 명 가운데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7만2000명(18.5%)에 이르는 것으로 통계청의 고용동향 조사 결과 드러났다. 청년 실업자 5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이 같은 청년 취업 무경험자 비율은 같은 달을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있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지금의 취업시장에서 첫 관문을 넘어서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직후보다 더 어려운 셈이다. 취업시즌은 다가왔는데 일자리가 막막한 청년들은 이번 추석연휴도 가족들 볼 낯이 없어 죄인처럼 지냈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반면 청년들은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실업문제가 심해지는 것이 이미 많이 알려진 불일치(미스매치) 현상이다. 최근 급속하게 늘어난 청년 취업 무경험자 비중은 이 불일치 문제가 더 복잡한 양상으로 번지면서 취업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교육 부담이 큰 신입사원 대신 경력사원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모집해도 실제 지원자 중 상당수가 경력자라는 한 취업포털의 조사 결과는 사회 초년생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현실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7 글로벌 인적자본 보고서’에서 한국 인적자본의 능력은 조사 대상 130개 국 중 27위로 높은 반면 노동참여율 여성고용률 등 인력의 배분과 관련한 점수는 58위로 중위권이라고 평가했다. 경직된 고용구조 때문에 좋은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런데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대기업에 대해 하반기 채용계획을 제출하라고 압박만 하고 있다.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민간 주도로 일자리는 늘게 돼 있다. 고용의 자발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청년들이 취업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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