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사랑의 밥퍼’… “올해는 더 긴 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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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 주방봉사 김윤호-이만세씨

2일 오전 11시 광주 남구 서동 무료 급식소 ‘사랑의 쉼터’(쉼터) 주방. 자원봉사자 이만세 씨(67)는 노인들에게 나눠줄 떡국을 쉴 새 없이 끓였다. 이 씨는 1987년부터 30년간 쉼터 주방에서 칼국수와 떡국 등을 조리해 왔다.

이날 쉼터에는 노인 500여 명이 찾아와 이 씨가 끓인 떡국을 먹었다. 이 씨는 “올해는 연휴가 길어서인지 무료급식을 찾는 노인이 지난해보다 10∼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쉼터는 예년에는 명절 연휴기간 내내 무료급식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연휴 기간 10일 가운데 4일만 문을 열 예정이다. 자원봉사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쉼터 총무 이금자 씨(52·여)는 “5, 6명밖에 안되는 자원봉사자가 열흘 내내 급식을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을 하지 않는 날에 노인들이 밥을 굶지 않도록 쉼터 측은 이날 이용자들에게 햇반과 라면, 참치캔과 도시락 김을 봉투에 담아 나눠줬다.

같은 시각 쉼터 인근의 또 다른 무료 급식소 ‘사랑의 식당’에서는 김윤호 씨(69·광주직업소년원장)가 노인과 노숙인을 대접하며 땀을 흘렸다. 이날 사랑의 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한 사람은 400여 명이나 됐다.

사랑의 식당은 지역에서 불우 청소년과 노숙인들의 대부로 존경을 받았던 고 허상회 전 광주직업소년원장이 1991년 문을 연 곳이다. 김 씨는 그때부터 27년째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14세 때인 1962년 광주직업소년원에 입소하며 허 전 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1966년부터는 직업소년원 사감으로 허 전 원장과 함께 일했다.

사랑의 식당은 3일 합동차례를 지내고 추석 당일인 4일에는 노숙인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계획이다.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는 열흘 중 6일간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7월 허 전 원장이 작고하면서 사랑의 식당은 기부금이 30∼40%가량 줄어 재정난을 겪고 있다. 김 씨는 “올 추석에는 긴 연휴 탓에 무료급식을 찾는 노인이 늘어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노인 17만8000명 중 무료급식이나 배달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은 5120명가량 된다. 쉼터나 사랑의 식당처럼 추석 연휴 기간에도 문을 여는 곳은 많지 않다.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공휴일에는 정부가 주는 끼니당 지원금 2500원도 받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 중 일부는 식사 문제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평소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김모 씨(70)는 “긴 연휴가 부담스러운 홀몸노인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료급식#김윤호#이만세#사랑의 밥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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