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 MD편입 논란속 허송세월… 日, 美와 협력해 SM-3 실전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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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너무 다른 北미사일 방어망 구축

북한 김정은의 ‘핵·미사일 폭주’가 종착점에 바짝 다가섰지만 한국과 일본의 대북 미사일 방어망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하층방어 능력도 갖추지 못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상·하층 요격망을 구축하고, 이를 더 두텁게 만드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군 당국자는 “지난 20여 년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한국은 허비했지만 일본은 철저히 활용한 차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도 뒤늦게 대북 미사일방어망 강화에 나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이지스함 발사용 SM-3 요격미사일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M-3는 150∼500km 고도로 날아오는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지상용 하층방어(고도 50km 미만) 위주로 추진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에 해상용 상층방어 전력을 추가해 북한 핵미사일을 더 높은 고도에서 여러 차례 추적·파괴하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SM-3의 실전 배치는 빨라야 2020년대 초에나 시작이 가능하다. 그때서야 SM-3를 쏴 올릴 수 있는 이지스함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현재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함 3척은 SM-2 미사일(항공기·순항미사일 요격용)만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와도 ‘눈(레이더)’만 있고, ‘주먹(요격미사일)’이 없는 셈이다. SM-3를 갖춘 이지스함 3척이 모두 배치되려면 2020년대 중후반은 돼야 한다. 그즈음이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지금보다 몇 배, 몇십 배 더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10여 년 전 이지스함 도입 당시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비판을 의식해 SM-3 도입을 금기시하고, 탄도탄 요격능력을 빼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상요격망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PAC-2) 요격미사일은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이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와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10여 년 전 미 MD 편입 논란을 의식해 탄도탄 요격능력을 갖춘 PAC-3가 아닌 독일제 중고 PAC-2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1호가 열도 상공을 통과하자 미국과 ‘찰떡 공조’로 지·해상의 다층 방어망 구축을 착착 추진했다. 10여 개 포대의 PAC-3를 일본 열도 곳곳에 배치하는 한편 4척의 이지스함에 SM-3 미사일을 모두 배치했다. 미 해군과 태평양 일대에서 SM-3 미사일로 대북 미사일 요격훈련도 여러 차례 성공했다. 최근에는 PAC-3 개량(사거리 2배 증대)과 지상발사용 SM-3(이지스어쇼어) 도입 등 육상 요격망 강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과의 MD 기술협력으로 최첨단 관련 기술도 다량 확보했다. 내년 초 미일 이지스함에 실전 배치될 예정인 ‘SM-3 블록2A’(최대 요격고도 1500km)가 대표적 사례다. 기존 SM-3보다 요격고도가 3배가량 높은 이 미사일은 미일 양국이 공동 개발했다. 군 당국자는 “개발 과정에서 일본이 최첨단 미사일 추적·탐색·유도 관련 기술을 축적했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기회로 삼아서 미일 동맹을 철저히 활용해 자국의 안보와 국익을 최대한 챙긴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sm-3#미사일#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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