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윤배]노벨상의 계절… 수능부터 고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다른 부문에서는 노벨상의 불모지로 남아 있다. 반면 이웃 일본은 자연과학 분야에서만 20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여기에 문학상과 평화상 등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23명에 달한다. 한일 간의 격차는 23 대 1로,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 성적표는 참으로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결과다. 일본 정부는 이미 1990년 ‘50-30 프로젝트’를 통해 50년 동안 기초과학분야에서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리고 연구개발에 국민총생산의 2%를 매년 투자하면서, 이 중 40%를 기초과학연구에 지원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1985년 이후 지금까지 1만5000여 개의 기초과학연구소를 세우고 꾸준히 투자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현재 4년제 대학만 200개가 넘고 대학들은 양적 팽창에 급급한 나머지 실력 있는 학생들을 양성하기보다는 그저 고만고만한 학생들을 국화빵 찍어내듯 찍어내고 있을 뿐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기초과학 육성 의지는 소극적이며, 연구 대학 육성에 대한 비전도 전략도 형식적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 구조 개혁을 외쳐대지만 늘 소리만 요란할 뿐 용두사미에 그쳤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고, 미래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는 나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초중등학교의 모든 교육이 개성이나 적성은 무시된 채,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공계 이탈 현상은 물론 고급 두뇌 해외 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와 대학 풍토 속에서는 앞으로 100년이 가도 노벨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더 늦기 전에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을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대학입학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의 성적순이 아니라, 기초과학 분야별로 재능과 능력이 뛰어난 어린 인재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다양한 지원책을 법제화하여 이공계를 우대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어느 해 시월에는 당당히 노벨상 수상자를 내야 한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노벨상#수학능력시험#수능#노벨 과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