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조수진]카탈루냐와 FC 바르셀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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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는 스페인의 국기(國技)다. 하지만 스페인의 17개 자치공동체 중 바르셀로나가 주도(州都)인 카탈루냐는 투우를 금지하고 있다. 2006년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기관의 카탈루냐어 우선 사용’을 결정했을 때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며 제동을 걸자 ‘스페인적인 모든 것을 거부한다’며 투우금지법을 통과시켜버렸다.

▷카탈루냐인에게 “스페인 사람이냐”고 묻는 건 스코틀랜드인에게 “영국인이냐”고 하는 질문만큼 실례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주류인 카스티야인과 민족도 말도 문화도 다르다. 15세기 병합된 뒤에도 줄곧 고유성을 지켜왔다. 1640년과 1705년, 두 번의 독립전쟁을 벌였다 실패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때는 독재자 프랑코 총통에 맞섰으나 또다시 패배의 아픔을 겪었다. 명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숙적으로 여기는 것도 이런 역사에 기인한다. ‘레알’은 ‘왕립’의 의미로, 레알 마드리드의 엠블럼에는 스페인 왕국의 왕관이 담겨 있다.

▷1일 FC 바르셀로나와 라스팔마스의 경기가 관중 없이 열렸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와 겹친 홈경기 일정을 변경해 달라는 여러 차례의 요청이 거절당하자 구단 측이 항의의 표시로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았다. 라스팔마스 팀은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뜻에서 유니폼에 국기를 달고 뛰었다. 결과는 바르셀로나의 3 대 0 완승. 같은 시각 중앙정부는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해 투표소 봉쇄를 시도하고 주민 해산을 위해 고무탄까지 발사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자치정부 측은 ‘잠정집계 결과 90%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며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독립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카탈루냐의 면적은 스페인 영토의 6%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16%,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부담하는 세금도 전체의 20%를 넘는다. 제각기 독립을 주장해온 영국의 스코틀랜드,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22일 자치권 강화를 묻는 주민투표가 예정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까지 유럽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탈루냐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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