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상은 시간낭비” 트럼프, 北 오판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글을 올렸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 직후 북한과 두세 개의 채널을 열어 두고 있다며 북-미 양자 협상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데 대한 공개적 비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해 북한에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북-미 양자회담 가능성을 하루 만에 뒤엎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동맹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으로선 2006년부터 작년까지 한가위 무렵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져 한껏 연휴를 즐기기도 불안한 상황이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이나 중국 공산당대회 개막일인 10월 18일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고까지 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멈추면 상황이 진전될 것”이라며 대화의 구체적 조건까지 언급한 것은 자칫 북한 김정은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북한과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있다. 11월 방중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오판을 막고,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와 미국 내 대북 전략의 혼돈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이 거칠기는 해도 “로켓맨을 잘 대해줬지만 지난 25년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최대의 압박과 관여’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을, 틸러슨 국무장관은 관여에 비중을 둔 것이고,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엇박자라기보다 전략적 투 트랙으로 봐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한의 압박으로 북한의 숨통을 조여야 할 때 대화를 제안하거나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북핵을 승인하는 것으로 읽힐 우려가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논란이 커지자 “현재 외교적 채널은 김정은을 위해 열려있지만 영원히 열려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대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명확한 것은 북한이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최대한 압박을 한 뒤에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화의 마당으로 끌어내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는 점이다. 설령 미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전략적 엇박자를 낸다고 해도 한국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가 있다. 북핵 문제만큼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압박에 앞장서는 태도를 국제사회에 일관되게 보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리틀 로켓맨#시진핑#북-미 양자회담#김정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