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 덜 하고 돈은 더 받는 ‘공무원 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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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평균 연간 근무시간이 2014년 기준 2178시간으로 민간 부문 근로자(2293시간)보다 115시간 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평균 연봉도 6257만 원으로 민간 근로자(5124만 원)보다 1133만 원 많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재정패널 2008∼2016년 자료를 통해 분석한 민관 임금격차 실태 조사 결과다.

일반적으로 공무원 임금이 민간인에 비해 박봉(薄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딴판이라는 조사 결과는 놀랍다. 2015년 인사혁신처에 제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용역 보고서에서도 조사 대상인 3∼9급 일반직 공무원 1294명은 “민간 근로자들에 비해 임금 수준이 25∼33%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이후 추진된 ‘공무원 보수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무원 임금은 개선됐다는 것이 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이다. 더구나 공무원 임금은 호봉제에 따라 매년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간다. 노동 유연성과도 거리가 멀어 성과가 나빠도 정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같은 시기부터 성과제와 연봉제로 바뀌고 있는 민간 기업과 정반대의 길을 간 셈이다.

공무원 임금은 정부와 국회가 정하는데 올해 예산안에도 8년 연속 공무원 임금을 올리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공무원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일반 국민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유독 ‘공시(공무원 시험) 열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21.4 대 1인 올해 9급 지방공무원 평균 경쟁률은 우리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는 데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공무원 쏠림이 가져올 한국의 암울한 미래다. 공무원들은 민간의 혁신 도우미가 되기는커녕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스스로 고인 물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8월 서울 노량진의 ‘공시촌’을 둘러보고는 “청년들이 도전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신흥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우수 인재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창업이나 4차 산업혁명에 나서기는커녕 공무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며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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