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올랜도 참사 이어 또 ‘외로운 늑대’ 범행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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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美 총기참사 사고

지난해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 총격 사건 이후 1년 3개월 만에 발생한 1일(현지 시간) 밤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은 더 많은 사상자를 낳으며 또다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지난해 올랜도 사건은 이슬람국가(IS)와 연결된 테러 성격이 강했고, 이번에도 ‘외로운 늑대’의 소행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미 전역에 추가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49명이 사망하고 58명이 중상을 입은 올랜도 총격 사건은 지난해 6월 12일 밤 게이 클럽 펄스에서 벌어졌다. 당시 클럽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의 달(LGBT Pride Month)’ 행사로 ‘드래그퀸(여장남성) 콘테스트’가 열리고 있었다. 펄스는 1991년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으로 사망한 남성을 기리기 위해 2004년 설립된 클럽으로 성소수자 운동가들의 본거지 같은 곳이었다.

테러범 오마르 마틴은 이날 오전 2시경 AR-15 소총, 권총 한 자루, 탄약으로 중무장한 채 정문을 지키는 무장 경비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며 내부로 진입한 뒤 총기를 난사했다. 내부에 있던 320명 역시 이번 라스베이거스 사건 때처럼 총격 소리를 음악으로 착각했다. 총소리에 놀란 사람들은 출구로 나갔지만, 출구를 찾지 못한 피해자들은 화장실과 환기구, 지붕 아래 등에 숨었다. 범인은 클럽 내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총격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4시경 특수기동대가 진입하기 전까지 범인은 IS에 전화를 걸어 충성 맹세를 선언하기도 했다.

2007년 4월 6일에는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버지니아공대에서 한국 국적의 학생 조승희가 3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12월 14일에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초등학교에서 애덤 란자가 6∼7세 어린이 20명과 성인 6명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총기 보유 규제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바다는 미국에서 총기 보유에 가장 관대한 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총기류를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올랜도 사건 때도 규제 강화 여론이 강하게 일었지만, 당시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선에 그쳤다. 올해 6월 워싱턴DC 인근 야구장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총무가 야구 연습 도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도 공화당은 총기 옹호론을 펴고 있다. 미국 질병통계예방센터에 따르면 2001∼2013년 총기 사고 사망자는 40만6000명으로 같은 기간 테러 사망자 3830명보다 106배나 더 많다. 특히 총기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는 미국의 서부 개척사와 함께 총기가 자기 보호의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인식 탓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그 바람에 총기 상점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의 신원 조회를 거쳐 동종 전과만 없으면 누구라도 구입할 수 있다.

미국총기협회(RNA)의 강력한 로비력도 규제 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450만여 명의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의회와 행정부 모두 두려워하고 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올랜도 참사#총기참사#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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