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사도 사드반대 이해”… 中에 이용되는 ‘노영민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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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추시보 등 中매체 인용 보도
‘레이더 탐측 800∼2000km… 中 우려 당연’ 부분 집중 강조

중국 매체들이 지난달 30일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사진)의 전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발언을 발 빠르게 인용 보도하며 자국의 사드 주장과 보복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 대사의 여러 발언 중 “중국의 반대를 이해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한국의 여러 매체가 보도한 노 대사의 발언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한국의 후임 주중 대사가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환추시보의 이 보도는 신랑왕(新浪網) 등 중국 인터넷 포털에 노출됐고 같은 날 오전 스마트폰에 속보 형식으로 떴다.

환추시보는 노 대사가 자신을 “친중파”라고 얘기했으며 “사드 레이더의 탐측 거리가 800∼2000km인데 중국이 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드 레이더 탐측 거리가 2000km에 달한다면 중국 대부분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우려를 없애려면 정치외교 방면의 설명 이외에 사드 레이더 탐측 거리의 기술 프로그램을 확인해야 한다”는 노 대사의 발언도 소개했다.

이는 한국 매체를 그대로 인용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동안 중국 정부가 밝혀온 사드 배치 반대 논리와 노 대사의 발언이 사실상 같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인에게 “한국 신임 대사도 중국 입장에 동조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600∼800km라고 강조해왔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겪는 어려움은 여러 원인이 있다. 이마트와 롯데의 손실은 중국의 사드 조치 때문만이 아니다. 이마트는 사드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노 대사의 발언도 인용됐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이 온전히 사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중국의 직접적인 사드 보복 대상이 됐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환추시보는 또 “중국의 과거 5000년 역사를 볼 때 강한 경제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확장한 적이 없다” “중국은 패권을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은 침략의 유전자가 없다” 등의 발언도 소개했다.

노 대사가 중국에서 한국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주중 대사로 임명된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중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드 문제를 해결하고 한중관계를 개선하는 과제가 막중하지만 자칫 중국의 일방적 사드 반대 논리에 대사의 발언이 이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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