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빠진채… 北-美-中-러시아 대화 탐색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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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틸러슨 “北과 2, 3개 채널 열어두고 대화의사 타진”
美-中 시진핑, 틸러슨에 “지역문제 협력” 북핵 공조 의지
北-러 최선희 “방러 회담 성과 만족” 러 “외교 해법 노력”
트럼프는 엇박자 트윗… “협상 시도는 시간낭비라고 틸러슨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두세 개의 대화 채널을 가동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자국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하고 싶은가’라고 묻고 있다”며 “북한과 두세 개 정도의 채널을 열어 두고 있어 블랙아웃(정전) 같은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엔 “직접 한다. 우리는 자체 채널들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의 대화 의지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북한과의 자체 막후 채널을 열어 두고 직접 접촉하고 있음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북-미 간에 말폭탄을 주고받던 치킨게임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한편 현안에 대해 틸러슨 장관과 종종 이견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전 7시 반경(현지 시간) “나는 틸러슨 장관에게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해줬다”며 “우리는 해야 할 것을 할 것이니 렉스는 에너지를 아껴라”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모스크바 간 北최선희… 북한의 대미 외교 사령탑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러시아 외교부 영빈관으로 들어가는 모습. 최 국장은 다음 날 귀국길에 러시아와의 회담 성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NHK 화면 캡처
모스크바 간 北최선희… 북한의 대미 외교 사령탑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러시아 외교부 영빈관으로 들어가는 모습. 최 국장은 다음 날 귀국길에 러시아와의 회담 성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NHK 화면 캡처
중국은 북한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미중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틸러슨 장관에게 “양국이 중대한 국제, 지역 문제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협력만이 유일하게 정확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지역 담당 외교차관과 올레크 부르미스트로프 외교부 특임대사와 회동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은 지난달 30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회담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북한과 공동의 노력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사실상 빠진 상황에서 북-미, 북-러, 미중 접촉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코리아 패싱’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 전격적인 대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 정부의 공간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북-미 대화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 직후 성명을 내 “북한 정권 붕괴 촉진, 체제 변화 추구, 한반도 통일 가속화, 비무장지대(DMZ) 이북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고 확언해 주고 있지만 북한 당국자들은 그들이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은 진지한 대화에 관한 아무런 관심을 표명해 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도 위협을 이어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적 옵션이 있다”고 최근 밝힌 데 대해 “(그런 옵션은) 애당초 있을 수 없다.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조선 전역이 쑥대밭으로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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