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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유턴… 외지인 유치… 미래 꿈꾸는 활기찬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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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유턴… 외지인 유치… 미래 꿈꾸는 활기찬 섬으로

서영아특파원 입력 2017-09-29 03:00수정 2017-09-2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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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저출산 고령화 극복 현장
― 인구 2만7000명 이키 섬의 실험
일본 서남단 규슈와 쓰시마 사이에 자리한 이키섬은 아름다운 풍광과 미식(美食)으로 유명하다. 어부들은 낚시로 참다랑어를 잡아 올리고 해녀들은 바닷속으로 잠수해 성게 전복 소라를 따온다. 사진 제공 이키시
“저출산 인구감소의 악순환으로 2040년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소멸할 것이다.”

2014년 일본 생산성본부 산하에 설치된 일본창생회의가 이런 경고로 전국에 충격을 던진 뒤, 일본 정부는 지방창생성을 설치하고 지방 살리기를 위한 각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창생회의 좌장인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일본 총무상은 한 걸음 나아가 지방 소멸을 막아낼 방안을 제시한다. 지방 살리기의 열쇠는 ‘외지인, 젊은이, 바보(무모한 자)’가 쥐고 있다는 것. 젊은이는 지역의 미래를 그려내는 에너지원이 되고, 외지인은 지역민과 다른 발상법을 제공해 준다. 무모한 자는 용감하게 일을 실천에 옮긴다.

이달 중순 찾은 외딴섬 이키(壹岐)에서는 이런 도전이 한창이었다. 관과 민간이 연대해 출향자들의 U턴, 도시에서 살다가 연고가 없는 농촌으로 이주하는 I턴을 유도하고 ‘지방 살리기’나 ‘외딴섬이 불리하지 않은 일하는 방식’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고향의 소멸을 막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 한반도와도 인연 깊은 이키섬


후쿠오카(福岡)현 하카타(博多)항을 출발한 고속선이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나가사키(長崎)현 이키시. 인구 2만7000명에 강화도의 절반도 안 되는 면적. 에메랄드빛 바다에 둘러싸인 섬은 참치와 성게 등 해산물, 브랜드 쇠고기인 이키규(牛)가 유명한 미식의 땅이기도 하다.

규슈(九州)와 쓰시마(對馬)섬 사이에 있는 이키는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다. 고대로부터 한반도나 대륙과의 교역 요충으로 번성했다. 이키역사박물관에는 한반도와의 교류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이 가득하고, ‘이키국(一支國)’이란 지명은 중국 역사서 ‘위지왜인전(魏志倭人傳)’에도 등장한다. 고대 일본의 풍경이 많이 남아 있어 일본문화청이 2015년 ‘일본유산 제1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섬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60년 전 5만 명이 넘었던 인구는 근 절반으로 줄었고 이 중 35.5%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2014년 일본창생회의는 이키를 비롯한 외딴섬들의 인구가 2040년까지 소멸될 가능성이 60%가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녀가 되고 싶어 지난해 이키섬을 찾았다는 후지모토 씨. 도시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해 왔다. 이키(나가사키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해녀’ 동경해 섬으로 이주한 전직 엔지니어

12일 항구에서 만난 후지모토 아야코(藤本彩子·32) 씨는 지난해 2월 해녀가 되기 위해 이키로 이주했다. 그 전에는 대도시 요코하마(橫濱)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

섬 연안에는 성게 전복 소라 등이 풍부하다. 하지만 고령의 해녀들을 이을 후계자가 없었다. 이키시는 2014년부터 전국에 해녀 후계자 모집에 나섰다. 여기에 응해 섬으로 온 후지모토 씨는 올해 5월부터 물에 들어갔다. 일단 주요 수입원은 정부가 어부지망생에게 3년 기한으로 지급하는 보조금 월 13만 엔이다.

“TV에서 본 해녀의 모습에 반했어요. 매일 바다에 뛰어드는 조용한 생활이 즐겁습니다.”

그는 도회지 생활과 가장 큰 차이로 “모두가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준다”는 점을 들었다. 섬은 해녀 지망생 한 명이 온 것만으로도 활기를 얻었다.

그는 이날 선배 해녀 4명과 함께 물질을 했다. 후지모토 씨를 제외하면 모두 60대다. 리더 격인 시게이 미에코 씨(68)는 “그저 고맙지요. 잘 키워 놓고 은퇴해야죠”라고 했다. 사실 후지모토 씨는 외지 출신 해녀 2호다. 2014년 역시 해녀 후계자 모집에 이와테(巖手)에서 오카와 가나(大川香菜·32) 씨가 왔다. 오카와 씨는 그 뒤 현지 어부와 결혼해, 지난해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직접 잡은 해산물을 식탁에 내놓고 있다.

○ 섬이 불리하지 않은 일하는 방식이란

섬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고립된 곳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한 시대, 외딴섬이라는 불리한 입지를 기회로 바꿀 길은 없을까.

그 실험적 시도로 29일 ‘이키 텔레워크 센터’가 문을 연다. 방치됐던 대형 창고를 리뉴얼해 기업과 개인의 일터 및 교류처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텔레워크를 통해 도시 업무를 지방에서도 할 수 있고 사람과 일의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공사가 진행 중인 텔레워크 센터에는 이미 후지제록스 나가사키, 후지제록스 지역창생영업부 등의 직원 5명이 이곳을 위성사무소로 삼아 일하고 있다. 10월 추가로 도쿄, 후쿠오카로부터 4개사가 들어올 예정이다. 이미 주부들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펀딩 교육을 실시해 10여 명에게 고정 수입이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2018년까지는 시설 이용자를 위한 단기 체류형 주택도 지을 예정이다.

민간기업인 후지제록스는 왜 이 사업을 적극 후원할까. 2년 전부터 이키섬에서 상주하며 사업을 이끌어온 다카시타 도쿠히로(高下德廣·51) 후지제록스 광역마케팅팀장은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공간으로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도심보다 일에 몰두하기 정말 좋다. 출퇴근에 시달리지 않고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훨씬 창의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91 대 1의 경쟁을 뚫고 이키섬의 산업을 재진단해 주는 역할을 맡은 모리 센터장. 그는 도쿄에서 잘나가는 벤처 창업가였다. 이키(나가사키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외지인의 눈으로 해법 찾기

8월 문을 연 이키 산업지원센터(통칭 이키 비즈)의 모리 슌스케(森俊介·33) 센터장은 요즘 이키섬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인물이다.

섬은 폐쇄적이기 쉽다. 발전을 위한 자극제도 없는 반면 자신들의 장점도 깨닫지 못한다. 타인의 평가는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지름길이다.

이키시는 외지인의 눈으로 섬 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게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매출 증대를 도울 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센터장 공모에 들어갔다. 이키시장의 월급 80만 엔보다 많은 ‘월 100만 엔(약 1016만 원)’이라는 파격 조건이었다.

일본 국내외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 보유자, 상징기업 임원, 경영자, 공인회계사 등 391명이 응모했고 이 중 최연소인 모리 씨가 선발됐다. 그는 도쿄에서 카페가 있는 도서실이나 격투기 피트니스 짐 개업에 성공하는 등 벤처창업가로 화제를 모았다.

“섬 분들이 만든 물건은 품질은 좋은데 포장이 구식이거나 홍보가 전혀 안 돼 있어요.”

이날까지 60여 사업자를 상담한 결과를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가령 지역업자가 들고 온 동백기름. 품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데 포장이나 가격은 수십 년간 그대로, 판로도 섬 일대와 규슈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 “우선은 패키지 디자인을 개선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홍보 방법을 연구하려 합니다.”

이 센터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시라카와 히로카즈(白川博一·67) 이키시장의 포부는 크다.

“이키에는 1500개 사업자가 있지만 대부분 가내공업 수준입니다. 고령화와 후계자 구하기에 어려움이 있죠. 이들 한 명 한 명이 매출 증대를 이뤄내 섬 전체가 활성화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섬 살리기’가 됩니다. 외딴섬이 일본의 희망이 될 수도 있어요.”

이키시가 이처럼 과감하게 전방위 섬 살리기 사업에 나서는 데는 중앙정부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일본 정부는 올 4월 ‘유인국경외딴섬법’ 시행에 들어갔다.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국경 외딴섬 지역의 무인화를 막기 위해 10년간 한시적으로 지원을 약속하는 법이다. 여기 부응해 이키시가 적극적으로 판을 벌이면서, 올 한 해 정부지원금은 1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합계출산율은 2.1, 도시로부터 U턴

일본에서 출산율 상위권은 거의 섬들이 차지한다. 이키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도 2.1명으로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힌다. 섬 생활은 생활비가 적게 들고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 육아를 도와주는 문화가 있다. 도시보다 어린이를 소중히 여긴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젊은이들이 진학과 취업을 위해 섬을 떠나는 걸 막을 수가 없다는 점. 하지만 이런 가운데 U턴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외지에서 배우자와 함께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키 사람들은 이들을 소중한 인재로 대접하고 일할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애쓴다. 텔레워크 센터에서 이뤄진 클라우드 소싱 교육도 도시에서 사무직 등으로 일하던 외지 출신 아내들의 일거리 창출을 배려하고 있었다.

이키에서는 산도 건물도 야트막한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이 크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저널리스트 후지요시 마사하루(藤吉雅春)는 저서 ‘후쿠이 모델’에서 “미래는 지방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7.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의 92%가 도시에서 산다. 한국에서도 지방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천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키의 도전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이키(나가사키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저출산 고령화 극복 현장#일본 이키섬#미래는 지방에서 시작된다#한국의 지방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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