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석유시대, 중동의 미래 성장동력은 ‘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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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교육격차 점점 줄어들어… 여성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 늘려

“여성은 중요한 자산이다.”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발표한 개혁 정책 ‘비전 2030’을 통해 이렇게 강조하며 여성을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에는 매우 급진적인 정책 변화였다. 사우디뿐만이 아니다.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도 신성장 동력으로 여성을 점찍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열등한 존재로 여겨졌던 여성이 ‘미래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중동의 여성 인력 양성은 남녀평등 측면뿐만 아니라 실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여성에게 투자하면 번영할 수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여성이 어떻게 국가의 경제 성장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 국가의 가용 노동력이 늘어난다. 또한 자녀의 교육 수준, 가정 내 보건 수준도 높아지는 간접적인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방식은 교육이다. 중동 국가들이 교육 투자를 늘리면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슬림 남성과 여성 사이의 교육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중동 국가에선 남성보다 여성의 학위 소지 비율이 더 높은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1976∼1985년생 사우디 여성 가운데 대학 학위를 소지한 비율은 35%로, 같은 나이대 남성보다 7%포인트 더 높았다. 가장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인 건 카타르였다. 같은 연령대 카타르 여성의 대학 학위 소지 비율은 51%에 달해 남성보다 무려 17%포인트나 높았다.

카타르는 여성 교육에 막대한 가스 머니를 투자한 대표적 국가다. ‘카타르의 힐러리 클린턴’으로 불리는 셰이카 무자 빈트 나시르 왕대비는 2003년 수도 도하 인근에 ‘에듀케이션 시티’를 조성해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을 주도했다. 코넬대 의대, 텍사스A&M대, 카네기멜런대 등 해외 유수 대학의 분교를 유치해 쉽게 해외 유학을 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국내에서도 양질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해외 명문대들을 국내로 유치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대 아부다비 분교에 입학한 학생의 54%는 여성이었다.

아직 중동 국가 여성들에게 ‘대학 학위=일자리’란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주부 역할에 충실한 경우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여성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2015년 아말 알 꾸바이시 박사는 여성 최초로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UAE 연방평의회 의장에 임명됐다. 현재 카타르, UAE, 요르단, 레바논은 여성 유엔 주재 대사를 파견한 상황이다. 여성이 운전대를 잡게 될 사우디에서도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장식할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탈석유시대#중동#성장동력#여성#사우디아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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