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정규직 해결 방법은 노사정 대화밖에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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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인터뷰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65)은 한국 노동운동사(史)의 산증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엘리트’지만 1979년 한도공업 프레스공으로 들어가 노동운동에 청춘을 바쳤다. 1990년대 금속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설립을 주도했고, 이후에는 정치에 투신해 민주노동당 대표까지 지냈다. 노동운동을 하다 처음 구속됐을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 번째 투옥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변론을 맡은 인연이 있다. 문 위원장은 2012년과 올해 대선 때 모두 문 대통령 캠프에 참여했다.

‘전투적 노동운동가’에서 노사정 대화를 중재하는 ‘사회적 교섭주의자’로 변신한 문 위원장을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첫 인터뷰를 가진 문 위원장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사회적 대화’와 ‘교섭’이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앞서 대통령 포함 8자 회의를 제안했다.


“사회적 대화의 절실함과 당위성을 표현한 의지라고 본다. 환영한다. 다만 법적으로 사회적 대화기구는 노사정위다. 노사정위가 있는데 8자 회의가 있는 건 이중적이다. 노사정위를 중간 숙주(宿主)로 삼아 노사정위 가동을 전제로, 대화 재개를 위한 마중물로 8자 회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좋다. 그렇다면 대통령 참석도 한두 번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민노총은 노사정위 복귀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민노총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트라우마는 충분히 이해한다. 등가교환을 보장받지 못했고 정리해고로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도 과거를 고집하려는 게 아니다. (노사정위를) 새로운 기구로 만들겠다. (제도권) 밖에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것은 이중적이고 현실적이지 않다.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할 방법은 사회적 교섭과 대화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민노총이 적극 개진해 오지 않았나. 대화를 거부할 이유도 없고 거부해서도 안 된다. 새 대화기구가 민노총의 생각대로 안 된다면 그때 가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문이 열리고 복귀할 거라 믿는다. 내부 결의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

―민노총은 매년 총파업을 벌이며 강경투쟁 노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노총도 조합원의 요구와 범국민적 요구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 개진하기 위해 (파업 등의) 행동도 할 수 있다. 다만 자기들 문제만이 아니라 범국민적 과제를 가지고 얼마만큼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민노총이 범국민적 과제에 집중할 때 행동의 정당성이나 실효성이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명령에 대한 파장이 큰데….

“정부가 한 조치는 적합했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프랜차이즈 제빵업계 고용 형태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모든 걸 오픈한 뒤 학자, 관계자 의견도 들어보고 결정하는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거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직접 고용을 한다고 해도 본사의 제빵기사 관리 문제, 점주와 제빵기사의 지위 문제에 따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협력업체에 딸린 가족들 문제도 있지 않나. 하나하나가 국민인 모든 분들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노사정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우린 산별이 아닌 기업별 노사관계가 중심이다. 기업과 업종별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큰 의제는 크게 논의하되 기업별, 업종별 논의를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문제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문제, 기간제 교사 문제 등을 노사정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 비정규직과 소상공인 조직들이 내부 논의를 거쳐 정한 대표를 노사정위로 보낸다면 누구라도 환영하겠다.”

―박근혜 정부 시절 9·15 대타협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단히 의미 있는 합의였다. 하지만 정부가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시행하면서 신뢰가 깨지고 파기돼 안타깝다. 노사정위가 재가동되면 9·15 합의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겠다. 노사정 대표가 사인한 문서가 남아 있지 않나.”

―전투적 노동운동가에서 사회적 교섭주의자로 변한 것 같다.

“금속노조에 있을 때 현대자동차 임금이 100이라면 협력업체는 70∼80 정도였다. 당시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위해 원·하청 임금 수준을 맞추는 방안을 만들었다. 직무 조사로 임금체계를 개편한 뒤 노조, 회사, 정부가 3분의 1씩 부담하는 산별기금을 만들어 임금 격차를 좁히고자 했다. 하지만 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가 산별노조로의 전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실패했다. 이런 문제 인식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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