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정인 대통령특보, 더는 들어줄 수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0시 00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의 발언이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 특보는 27일 한 토론회에서 “한미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고 했다.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문 특보는 “동의한다”며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아슬아슬하다. 북한의 막가파식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단호한 대응이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인식인 듯하다. 한반도 평화를 어지럽히는 호전세력을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군 B-1B 전략폭격기의 북방한계선(NLL) 이북 출격 작전도 미국의 과잉 대응으로 본다. 그는 “B-1B가 우리 정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비행하고 돌아온 것은 상당히 걱정된다”고 했다.


문 특보는 “동맹을 맺는 게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인데, 동맹이 전쟁의 기제가 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동맹으로 인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순 없다는 당연한 말로 들리지만, 과연 국제정치학자의 말인지도 의심스럽다. 동맹의 전제부터 틀렸다. 동맹은 단순히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국가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동맹을 신성시해서도 안 되지만 죄악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문 특보는 이번에도 “특보는 정부에서 봉급을 받지 않는 위촉직”이라며 “특보보다는 연세대 명예교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발언을 그저 학자의 개인 의견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의 학자적 견해를 비판한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엄중 주의’ 경고를 받은 상황이다. 정부 안에서 누가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이 외교안보 라인의 불협화음을 지적하자 “정부 내에 똑같은 목소리가 있을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국무·국방장관과 의견이 다르면 전략적이라고 하면서 왜 국내에선 불협화음이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정부 입장과 사뭇 다른 말을 하는 문 특보와는 전략적 역할분담이라도 했다는 것인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어설픈 학자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특보 직함은 거둘 때가 됐다. ‘문 특보’ 말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손학규 국민의당#한미동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