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초당 대처” 합의… 靑 “美와 핵정보 공유 공동연구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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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4당대표 회동]상춘재서 130여분간 만찬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27일 회동은 최근 보수공사가 끝난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의 상징인 녹색 넥타이를 매고 회동 10분 전 미리 나와 여야 대표들을 맞았다. 초반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된 회동은 “안보 문제에 초당적으로 협력하자”는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5개항으로 된 공동발표문을 도출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세 번째지만 공동발표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文 대통령, 이례적 지하벙커 공개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이 외교안보라인의 불협화음을 지적한 데 대해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 없고 실시간 정보교환을 해나가고 있다”며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 내에 똑같은 목소리가 있을 필요는 없다”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과 의견이 다를 때는 전략적이라고 하면서 왜 국내에선 (이를) 불협화음이라고 하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마무리하기 전 “‘벙커’에 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보고 받아보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깜짝 제안을 했다. ‘벙커’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지칭한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대응회의를 주재하는 곳이다. 여야 대표들은 실무자들이 공동발표문 문구를 조율하는 20여 분 동안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상황, 우리 정부의 대응 등 3쪽짜리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실장은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우발적 사고와 군사적 충돌이 우려된다”면서 “미국은 옵션이 있지만 우리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철저하게 압박하되 대화 여지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미국과의 핵 공유 공동연구’ 언급도 나왔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전술핵은 안 된다는 입장이고, 전술핵이 없는 만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처럼 전술핵을 당장 공유할 수도 없다”면서도 “북핵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핵 공유 주장이 나오는 만큼) 미국과 핵 정보를 공유하는 게 가능한지 공동 연구를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제안에 “(남북 간) 대화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한미 공조가 중요한 상황에서 (지금이) 대북특사를 보내기에 시점이 적절한지 고민”이라고 말한 뒤 “(대북특사를) 보낼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고 오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회동이 끝난 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북핵 위기에 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 아냐”

“적폐 대표라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소방서를 방문해 소방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그는 “적폐 세력의 대표라는데 뭐 하러 부르느냐”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적폐 대표라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소방서를 방문해 소방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그는 “적폐 세력의 대표라는데 뭐 하러 부르느냐”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문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 아니냐는 야당 대표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적폐 청산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 보복이 아니다. 실제로 비리가 불거져 나오는데 수사를 못 하도록 막을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적폐 청산은 개개인에 대한 문책이나 처벌이 아니고 과거의 불공정과 특권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며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정치 보복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정치 보복은 단호히 반대한다. 이전 정부에 대한 기획 사정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야당 대표들은 “인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어 착오도 좀 있었다. 일부 인사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에 대해선 “당분간 안보라인을 바꿀 생각은 없지만 혼선이 계속 될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미 대표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옥에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저도 눈에 밟힌다”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4당대표#지하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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