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직접고용 밀어붙이는 고용부, 가맹업 공멸 원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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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1일 파리바게뜨 본사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가맹본부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의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불법 파견’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을 적용해 가맹업계의 고용 관행을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어서 업계는 혼돈에 빠졌다.

가맹본부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태 관리나 노무 관리까지 지나치게 개입했다면 시정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 명령이라도 파리바게뜨가 본사 정규직보다도 많은 인원을 25일 안에 직접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연 600억 원이 넘는 ‘인건비 폭탄’은 접어두고라도 자칫 가맹점에 비용이 전가돼 문 닫는 빵집이 나올 수 있다. 제빵기사들을 고용한 협력업체들도 줄도산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정부 명령을 무시하면 파리바게뜨는 1인당 1000만 원씩의 과태료를 물어야 해 기업 자체가 흔들릴지 모른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되레 가맹업을 공멸시키고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업종별 특성을 무시하고 대선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밀어붙인다는 데 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품질관리를 위해 가맹점사업자와 그 직원에게 교육·훈련과 지속적 조언을 해야 한다. 고용부 명령대로라면 지금까지 법대로 해온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은 물론이고 유통업체들까지 줄줄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파견법은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어 가맹본부 제빵기사가 가맹점에 파견돼 빵을 만들면 불법이 될 판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지나치게 경직된 파견법의 개정을 무산시켰다. 새로운 서비스산업 일자리가 나올 여지를 틀어막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율적 경영까지 간섭해서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
#고용노동부#파리바게뜨#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고용#파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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