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노윤선]일본 ‘교육칙어’의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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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하지만 정작 일본 문부성이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 ‘교육칙어(敎育勅語)’가 어떤 내용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교육칙어는 1890년 10월 30일 메이지 일왕이 ‘신민(臣民) 교육의 근본이념’으로 발표한 것으로, 2차 세계대전 패전 후인 1945년 10월 폐지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짐이 생각건대 우리 황조황종(皇祖皇宗·조상)이 원대한 이상을 가지고 덕을 실현하기 위해 나라를 세운 것 깊고 넓다. 우리 신민의 지극한 충과 효를 바탕으로 만민의 마음을 하나로 하여 대대로 그 아름다움을 이루도록 함은 우리 국체(國體)의 정화(精華)이니 교육의 연원(淵源) 또한 실로 여기에 있다. … 항상 국헌을 존중하고 국법에 따라 일단 유사시에는 의용(義勇)으로 봉공(奉公)함으로써 천양무궁(天壤無窮)한 황운(皇運)을 보필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일본은 일왕가의 선조들이 만든 것이며, 일본 국민은 일왕가의 신하임을 교육원리의 배경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왕이 제정한 헌법을 귀중히 여기고, 전쟁이 날 경우 일왕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문부성이 현재 교육칙어를 정신적 지주로 삼는 것은 세계대전 이전의 군국주의 교육을 조장하고, 일왕을 다시 신격화하는 것을 넘어 헌법 개정에 대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은 문화와 결합하면서 더욱 전략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NHK 운영위원에 임명한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의 작품인 ‘영원의 제로’(永遠の0)와 ‘해적이라 불린 사나이’(海賊とよばれた男) 등 곳곳에서 이러한 이데올로기와 문화의 주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쟁 경험이 없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는 것은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보다 일본에 대한 애국정신과 자부심을 선동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행태는 일본의 현대교육이 국가주의와 군국주의로 다시 물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노윤선 고려대 중일어문학과 박사 수료
#교육칙어#일본 우경화 비판#일보 교육칙어 암송#일본 군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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