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과 함께 66년만에 돌아온 결사유격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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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때 전사 한진홍 일병
등산객이 유해 발견… 가족 품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이학기 대령(왼쪽)이 6·25전쟁 당시 육군 결사유격대원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한진홍 일병의 아들 한윤식 씨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한 일병의 유해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이학기 대령(왼쪽)이 6·25전쟁 당시 육군 결사유격대원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한진홍 일병의 아들 한윤식 씨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한 일병의 유해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국방부 제공
6·25전쟁 당시 육군의 결사유격대원으로 참전했다 전사한 한진홍 일병(당시 21세)의 유해가 66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9일 한 일병의 유해를 아들 한윤식 씨(68·경남 합천시)에게 인도하는 호국영웅 귀환 행사를 거행했다.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와 국방부 장관의 위로패, 고인의 유품 등도 함께 전달했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2000년 감식단 창설 이래 결사유격대원 전사자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6·25 때 국군 전사자로는 122번째의 귀환이다.

한 일병은 1930년 경북 경주시 산내면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0년 3월 결혼 후 아내와 아들과 지내다 1951년 1월 육군 직할의 결사유격대(후방지역 적 게릴라 토벌부대)에 입대했다. 그해 2월 결사유격대 13연대 소속으로 강원 인제군 설악산 저항령 일대에서 빨치산 토벌작전을 벌이다 적탄을 맞고 산화했다고 군은 전했다.

한 일병의 귀환에는 등산객의 제보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지난해 11월 한 등산객이 백두대간 종주를 하던 중 설악산 저항령 정상 부근에서 사람의 유해를 발견해 블로그에 올린 글이 단서가 된 것이다.

유해발굴단의 서일권 탐사관이 블로그를 보고 댓글을 달아 등산객과 연락을 취해 구체적인 발견 장소와 유해 상태 등을 확인했다. 이어 유해발굴단이 현장으로 달려가 암석 위에 노출된 머리뼈와 팔뼈, 다리뼈 등을 수습했다. 안경과 만년필, 구두주걱이 달린 열쇠고리, 단추, 탄피 등의 유품도 함께 발굴됐다. 유해발굴단은 수습한 유해의 유전자(DNA) 시료가 아들 한 씨가 2014년 11월 합천군 보건소에 제출한 유전자 시료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추가 대조검사를 실시한 끝에 한 일병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고 한다.

한 씨는 “할아버지가 평생 아버지를 찾아 육군본부 등 전국 각지를 찾아 헤매신 것으로 기억한다”며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홀로 저를 키우시다 1973년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아버님의 유해를 찾아 너무 감격스럽고 군 당국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일병의 유해는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이학기 유해발굴단장(육군 대령)은 “아직도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계신 전사자분들이 12만3000여 명”이라며 “조국에 헌신한 분들이 하루빨리 가족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6·25전쟁#한진홍 일병 유해#유해발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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