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Gift]버튼 하나로 꺾이는 ‘스틱형 무선청소기’ 대청소해도 손목-어깨 안 아프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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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워건’

1901년 영국 발명가 세실 부스가 처음 선보인 진공 청소기는 말이 끌어야 할 만큼 무겁고 컸다. 소리는 또 얼마나 엄청났던지 끌던 말이 놀라 뒷발질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후 근 한 세기를 지나며 청소기 기술은 계속 진화해왔다. 작고 가벼운 몸체, 적은 소음과 강력한 흡입력, 탁월한 사용성 등을 놓고 기술자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스틱형 무선청소기 역시 그 산물 중 하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기 시장에서 무선청소기는 ‘주력 상품’이 아니었다. 가장 흔히 쓰이는 가정용 캐니스터 청소기의 흡입력이 300W 정도인 데 반해 핸디(handy)형 무선청소기의 흡입력은 약 30W. 성능 차가 워낙 크다 보니 무선청소기는 ‘눈에 보이는 먼지 위주로 단시간에 청소할 때 쓰는 제품’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틱형 무선청소기 ‘파워건’은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동종 제품 중 가장 강한 흡입력(150W)을 갖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소형 디지털 인버터 BLDC모터(이하 ‘삼성 디지털 인버터 BLDC모터’)와 배터리 기술, 흡입력 제고에 특화된 유로(流路) 설계 등이 합쳐진 결과다.

파워건은 이름처럼 강력하다. 2017년 9월 현재 출시된 스틱형 무선청소기 중 가장 센 흡입력을 자랑한다. 150W의 힘으로 바닥에 흩뿌려진 먼지를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딱딱한 바닥 면에 시리얼과 모래를 각각 한 줌씩 뿌려놓고 측정한 청소 효율은 99%. △삼성 디지털 인버터 BLDC모터 탑재 △최적 모터 속도 구현 △팬 날개 형상 설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진공청소기에서 모터는 ‘심장’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손으로도 거뜬히 들려야 하는 스틱형 무선청소기 모터라면 작고 가볍게 만드는 일도 중요할 터.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소형이면서 성능이 강력하고 소음과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터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 디지털 인버터 BLDC모터는 그 결과물이다.

진공청소기 기술은 ‘(모터를 활용한) 팬 회전’이 관건이다. 팬이 분당 1만 회 이상 회전하며 기기 내 공기를 밖으로 빼내면 기기 내부 기압은 낮아진다. 기기 바깥쪽 기압은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내·외부 압력 차가 발생한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므로 청소기 밖 공기가 청소기 안으로 밀려 들어와 먼지도 함께 끌고 나간다. 이때 모터의 회전 속도가 높을수록 청소기 내외부 압력차는 커진다.

하지만 모터 회전 속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고성능 제품’이라 말하긴 어렵다. 모터의 효율이 높아지려면 모터 속도가 적정해야 한다. 모터는 빠르게 돌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지만 그만큼 수명도 단축시킨다. 모터가 너무 빨리 돌아도, 너무 느리게 돌아도 문제인 구조다. 파워건의 모터 회전 수(6만5000rpm)와 속도(190m/s)는 ‘모터 내구성을 고려한 최적 모터 속도’에 대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해법인 셈이다.

‘모터 회전 수 6만5000rpm’엔 비밀이 하나 더 있다. 모터는 회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고주파음을 낸다. 특히 10만 rpm이 넘어가는 제품에선 높고 날카로운 소음을 피하기 어렵다. 파워건은 이 점에 착안해 모터가 너무 빨리 돌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했다.

생활가전 제품을 만들 때 소음 저감은 꽤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소음이 심하면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자주 쓰긴 꺼려지기 때문이다. 진공청소기에서 소음은 팬 날개 균형 정도와도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파워건 개발진은 모터 팬 날개 무게 오차를 7mg까지 줄여 균형을 잡아냈고, 소음이 증폭해 본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설계했다.

6만5000rpm의 모터 회전 수로 150W의 흡입력을 구현하기 위해 팬과 그 주변 고정 날개 구조도 바꿨다. 항공기 날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팬과 주변 고정 날개를 모두 유선형으로 설계한 것. 회전 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모터 내 공기는 일(一)자형 고정 날개를 지날 때보다 유선형 고정 날개를 지날 때 더 빠르게 흐른다. 회전 수를 더 높이지 않고도 강한 흡입력을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청소기 대부분이 ‘유선형 팬과 일자형 고정 날개’로 구성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고정 날개까지 유선형인 팬 구조를 갖춘 건 삼성 제품이 유일하다(삼성전자는 이 같은 팬 조립 방식으로 특허를 획득했다).

모터에서 발생시킨 힘을 온전히 청소에 쓰려면 유로(流路)를 잘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파워건 유로 입구에 장착된 일명 ‘듀얼 액션 브러시’. 액션 브러시는 원래 업라이트(upright) 청소기에 주로 쓰였다. 목이 가늘고 긴 디자인으로 북미 지역 카펫 청소에 특화된 업라이트 청소기는 촘촘한 카펫 섬유 사이사이 먼지를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 하는 게 핵심 성능이다. 회전 브러시는 캐니스터 청소기에 비해 흡입력이 약한 스틱형 무선청소기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듀얼 액션 브러시는 말 그대로 두 개의 회전 브러시로 구성돼 있다. 이들 브러시가 바닥에 깔려있는 먼지를 쓸어 위로 띄운 다음에 사방으로 회전하며 유로로 재빨리 올려 보낸다. 전용 모터로 회전하는 이들 브러시의 분당 회전 수는 2500회. 파워건을 쓰면 분당 5000번 쓸어 담는 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자연히 브러시가 하나뿐인 청소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청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지금 시장에 나와있는 스틱형 무선청소기 중 회전 브러시를 두 개 탑재한 제품은 파워건이 유일하다).

무선청소기로 청소가 간편해졌다 해도 무게가 2kg대인 기기를 오래 쓰다 보면 손목에 무리가 가기 일쑤다. 더욱이 스틱형 제품은 앞뒤고 밀고 당기는 작업을 반복하게 돼 있어 손목 역시 그에 따라 펴졌다 구부려지곤 한다. 파워건 개발진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대안은 ‘플렉스 핸들’. 손목으로 향하는 무리를 최소화하고 적은 힘만 가해도 작동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인체공학적 장치다. 버튼 하나로 50도까지 꺾이는 ‘관절’을 본체에 숨겨놓은 게 골자. 손목 대신 본체가 꺾이는 구조여서 장시간 청소해도 손목이나 어깨가 아프지 않다.

플렉스 핸들의 장점은 또 있다. 가구와 바닥 사이 납작한 틈까지 손쉽게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 역시 본체를 필요한 만큼 꺾으면 된다. 파워건 손잡이 부분은 본체를 바닥에 뉘어도 손목과의 각도를 언제나 최적의 형태로 유지한다. 무릎을 꿇거나 바닥에 엎드려 손잡이를 고쳐 잡지 않아도 된다.

파워건엔 탈착(脫着) 가능한 고출력(32.4V) 대용량 배터리팩이 포함돼 있다. 완전히 충전했을 때 한 개의 배터리로 40분간 사용할 수 있으며 배터리를 두 개 쓰면 80분까지 청소를 이어 할 수 있다. 또한 파워건에 장착된 일명 ‘이지클린 먼지통’은 쉽게 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세탁도 가능하다. 이지클린 먼지통은 사용자가 레버만 잡아당기면 필터에 감긴 머리카락 뭉치가 툭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손으로 일일이 뜯어내거나 억지로 잘라내지 않아도 빼낼 수 있다.

무선청소기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청소 진로를 방해하는 선이 사라져 집안일을 보다 편리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을 덜 차지해 보관이 쉬운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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