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후배들이 함께 부른 ‘행복한 사람’… 추모공연 된 ‘13년만의 콘서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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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콘서트 20일 앞두고 별세해… 후배들 고인 사진으로 무대 바꿔
노래 중간중간 출연자-관객 눈물… 동생 조동희 “오빠 함께 즐겼을것”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무대. 가수 조동진의 생전 사진을 배경으로 후배 가수들이 나란히 섰다. 푸른곰팡이 제공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무대. 가수 조동진의 생전 사진을 배경으로 후배 가수들이 나란히 섰다. 푸른곰팡이 제공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제비꽃’ 중)

공연 후반, 조그만 전구 하나가 작은 빛을 내며 천장에서 내려왔다. 가수는 그리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그 빛을 바라보며 노래했다.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어….’ 안개 같은 목소리. 장필순이었다.

16일 밤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조동진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콘서트에서 그 빛은 단순한 무대장치가 아닌 고인(故人)의 실재처럼 느껴졌다. 지난달 28일 별세한 가수 조동진 말이다. 생전 대중 앞에 모습 보여주길 아끼던 그는 이날 13년 만의 콘서트 무대 나들이를 약속했었다. 그가 스무 날을 더 못 버티고 떠나자 콘서트는 후배 가수들의 추모 공연으로 급히 바뀌어 준비됐다.

객석은 가득 찼다. 이규호, 오늘, 조동희, 정혜선, 소히, 새의 전부, 오소영, 더 버드, 한동준, 이병우, 장필순이 자신들의 노래, 조동진의 노래를 촛불처럼 이어 갔다. 고인의 동생이자 가수인 조동희는 “웃으면서 즐겁게 준비한 공연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추모공연이 됐지만 오늘 이 자리에 (그분이) 함께 계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조용하지만 따뜻한 연출이 있었다. 자연주의 포크음악의 선구자였던 조동진이 직접 촬영한 물과 하늘의 사진. 그 이미지가 시종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서 후배들의 음악을 감싸 안았다. ‘나는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그대 너무 외면하지 않기를/나는 하늘 가린 나무가 되어/예전처럼 노래 할 수도 없어…’ ‘나무가 되어’의 조동진 목소리에는 숲의 사진이 함께했다. 고인의 노래처럼 매우 느리고 몽환적인 무대였다.

무대 위에 조그만 전구가 다시 등장한 것은 앙코르 때였다. 출연자 전원이 ‘행복한 사람’을 합창하자 관객들은 하나둘 LED 촛불을 켜들었다. 공연장은 가을밤 숲처럼 됐다. 여기저기서 숨죽여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풀벌레 소리 비슷한 것들 속에서 하나의 빛은 여러 개의 빛으로 번져갔다. 노래와 함께.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아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조동진 추모 공연#제비꽃#자연주의 포크음악#조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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