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즘 인기 끌 만한 스토리 하나 골라주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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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인공지능으로 그리는 미래

디즈니는 앞으로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등에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랜드에선 인공지능을 갖춘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의 유명 캐릭터들이 관람객과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막스픽셀 제공
디즈니는 앞으로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등에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즈니랜드에선 인공지능을 갖춘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의 유명 캐릭터들이 관람객과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막스픽셀 제공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 미국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이야기는 아이들을 ‘꿈과 희망의 나라’로 이끌었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세상에 매료된 아이들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잠든 척을 하기도, 신고 걷기도 힘든 유리 구두를 사달라며 부모를 조르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런 세상을 인공지능(AI)이 만들어갈지도 모른다. 7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영화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존 스노디 디즈니 수석 부사장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차세대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인공지능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인기를 끌 스토리를 골라내는 기술, 캐릭터에 표정을 입히는 기술, 관람객들의 표정을 분석해 영화의 평점을 매기는 기술 등 디즈니가 인공지능으로 그려낼 세상은 무궁무진하다.

지난달 20일 디즈니연구소는 대중의 인기를 끌 만한 스토리를 골라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인공지능국제회의(IJCAI)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기반 지식인 서비스 ‘쿼라(Quara)’에 올라온 글을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했다. 추천 수를 척도로 인기를 가늠한 뒤 추천 수가 많은 5만4484개의 글 중 스토리에 걸맞은 서사구조를 갖춘 글 2만8320개를 추렸다. 인과관계에 중점을 두고 시간에 따라 사건을 서술한 글들이었다. 각 글은 평균 453회의 추천을 받았으며, 369개의 단어로 이뤄졌다.

디즈니연구소 연구진은 사람의 얼굴에 마커를 부착해 대화와 표정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대사에 맞는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표정을 만들었다. 트랜잭션온그래픽 제공
디즈니연구소 연구진은 사람의 얼굴에 마커를 부착해 대화와 표정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이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대사에 맞는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표정을 만들었다. 트랜잭션온그래픽 제공
사람의 뇌는 각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정보를 분석해 종합적 판단을 내린다. 연구진이 인공지능 학습에 도입한 기술은 이런 사람의 신경을 모사한 ‘인공 신경망’이다. 인공 신경망은 기존의 단순 기계적 분석보다 수준이 높은 학습기법이다. 구글 번역기도 인공 신경망을 도입한 뒤 번역 결과물의 오류가 줄고, 자연스러운 번역이 가능해졌다.

이후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쿼라에 새로 올라온 글의 추천 수를 예측하도록 했다. 독자의 지역, 종교 등 26개 조건을 고려했을 때 인공 신경망의 예측 정확도는 기존 기계 분석에 비해 약 18% 향상됐다.

마르쿠스 그로스 디즈니연구소 부소장은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열린다면, 자신의 창조물 수준을 스스로 판단하는 일도 필요하다. 보완을 거듭해 향후 인공지능이 질 좋은 각본까지 골라내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에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도 설치된다. 영화 ‘라푼젤’에 등장하는 카멜레온 캐릭터 파스칼과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드로이드(로봇)인 제이크가 가장 먼저 로봇으로 만들어진다. 이들은 디즈니랜드에서 관람객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상호 교감할 계획이다. 향후 미키마우스 같은 유명 캐릭터도 로봇으로 만들 계획이다.

디즈니는 딥러닝을 활용해 대사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표정을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얼굴에 입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미국컴퓨터학회(ACM) 국제학술지 ‘트랜잭션 온 그래픽’ 7월호에 발표됐다.

대사에 맞지 않는 표정은 관객의 감정 이입을 방해한다. 지금까진 캐릭터가 대사를 하게 만들기 위해 제작자가 입 모양 등 표정을 만들고, 음성을 입히고, 싱크로율을 맞추는 복잡한 수작업이 필요했다.

인공지능은 이 과정을 단순화했다. 연구진은 한 명의 화자가 2543개의 문장을 말하는 8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녹화했다. 이때 화자의 얼굴에 34개의 마커를 부착해 움직임을 분석했다. 이를 딥러닝으로 인공지능에 학습시키자 단 2시간 만에 인공지능은 캐릭터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의 흥행 가능성 평가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디즈니는 7월 22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학술회의에서 관람객들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영화 평점을 매기는 인공지능 ‘프베스(FVAE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프베스는 영화 상영과 동시에 적외선 카메라로 관람객의 표정을 평가해 감정 상태를 유추한다. 실제로 디즈니는 ‘빅 히어로’ ‘정글북’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같은 영화를 상영하며 관객 3179명의 표정을 분석했다. 프베스는 초반 몇 분의 분석만으로도 관람객들이 전체적 영화 평을 어떻게 내릴지 예측할 수 있다.

피터 카 디즈니 연구원은 “시사회 등에 프베스를 적용해 영화 흥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관람객 입장에서는 초반 영화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 영화를 계속 봐야 할지 여부를 인공지능이 대신 평가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쿼라#quara#인공신경망#인공지능#디즈니 딥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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