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제재 강화 속 “인도적 지원”… 문재인 정부 지금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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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지원 검토]文대통령 21일 유엔연설 앞두고
북한과 대화 기조 만들기 분석

“제재 대상은 北주민 아닌 北정권”
北도발 상관없이 계속 지원 시사

통일부 공식발표 아닌 백브리핑
美-日과 대북제재 공조 균열 우려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11일 만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지 이틀 만에 91억 원 상당의 인도적 대북 지원 재개 의사를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부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북한 취약계층 상황이 시급하다”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란 논리를 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왜 지원을 재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 왜 하필 이때?

통일부는 이날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가 아니라 당국자의 백브리핑(익명 전제의 기자간담회)을 통해 예고 없이 공개했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배포된 보도자료에 내용이 빠져 구두로만 전달됐다. 청와대와의 조율하에 긴급하게 이뤄진 브리핑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당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은 남북 직접 교류를 통한 독자적 지원을 말한 거다. 남북 라인을 통한 독자 지원이 아니고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고 검증 가능한 지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제재 대상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문 대통령의 21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한반도 운전석론’을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 모드 조성에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수개월 전 국제기구에서 지원 요청이 왔고 검토 끝에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사전 공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적십자회담 제안 등을 거절했지만 또다시 구체적인 인도적 지원을 통해 대화 기조를 주도하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국방부에서 내일 북한 도발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말이 돈다’는 기자의 언급에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것(도발)만 쫓아갈 것이냐. 대비는 대비대로 하고 지원 검토는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정부는 이날 오후 논란이 커지자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에서 지원 결정이 나도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시기 등은 북의 태도를 보며 추후 정하겠다는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 전용 가능성은?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핵 개발 자금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에 돈을 주면, 해당 기구가 의약품 등 물품을 사서 북에 배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금이 아닌 물품 지원인 만큼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어렵고, 해당 물품이 아동 등 일부 계층에 특정된 것이라 현금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기구는 자금 집행에 대해 엄격한 투명성을 갖고 있다. 주기적으로 의약품 등의 재고량을 체크하고 무작위로 현장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일반인이 아닌 취약계층 아동·임산부의 건강과 의료 분야에 지원이 집중된다고 강조했다.

○ 미일과 사전 협의는?

북한은 수십 년간 여러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을 ‘만성적으로’ 받아와서 문재인 정부가 지원을 재개한다고 해도 눈에 띄는 입장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사전에 미국과 일본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대화 국면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 북한의 정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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