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효율 모두 외면한 ‘막무가내 脫석탄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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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석탄발전소 9개 건설포기 압박

기존 석탄발전 사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며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최근 준공된 영흥 화력발전소는 전기 집진 장치로 미세먼지의 99.9%를 걸러낸다. 동아일보DB
기존 석탄발전 사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며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최근 준공된 영흥 화력발전소는 전기 집진 장치로 미세먼지의 99.9%를 걸러낸다. 동아일보DB

“삼척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해야 우리 지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12일 강원 삼척시 적노리의 삼표동양시멘트 46광구에서는 이례적인 집회가 열렸다. 삼척시 환경단체연합회가 석탄화력발전소의 빠른 건설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통상 석탄발전은 지역의 환경오염 주범으로 몰린다. 하지만 삼척에서는 오히려 발전소 건설이 지역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창영 삼척시 환경단체연합회장은 “삼척의 석탄발전소 부지는 시멘트용 석회석 채취 지역이라 바람이 불면 비산먼지가 날아들고 식수원을 오염시킨다”며 “기존보다 환경오염이 크게 줄어든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이 지역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에 건설을 추진 중이던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의 전환을 유도하면서 민간 발전사업자들과 지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탈석탄’ 공약에 맞춰 사업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9곳의 중단이나 LNG발전소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석탄 발전이 기존보다 크게 친환경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성이 떨어지는 LNG발전으로의 강제 전환을 사실상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14일 민간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부는 삼척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진행 중인 포스코에너지 측에 구두로 수차례 “LNG발전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 달라”며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LNG발전으로의 전환에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자 착공 허가권을 앞세워 사실상 사업 포기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석탄발전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고성 강릉 삼척 당진 서천의 5개 지역, 9개 발전소다. 이 중 삼척과 당진 2곳은 포스코에너지와 SK가스가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착공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사업권을 사들인 뒤 법인 설립 및 플랜트 설계, 환경영향평가 용역비용 등으로 이미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전체 사업 진행은 10%가 넘었다. 5개 지역 9곳에 이미 투자한 금액은 2조8600억 원이 넘는다.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사업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존에 투입한 금액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민간 발전업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신설되는 석탄발전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준공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와 비교하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약 3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4년 준공된 인천 영흥 화력발전소는 탈황설비를 통해 황산화물(SOx)의 98.9%를, 전기 집진장치로 미세먼지의 99.9%를 걸러낸다.

정부가 요구하는 LNG발전 자체가 경제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전소는 수요지 인근에 건설해야 전력 손실이 적어 효율적이다. 하지만 석탄발전소는 해안가 등 외곽에 건설하더라도 원료가 싸고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송전 효율이 떨어져도 가능한 사업이다. 기존에 지어진 LNG발전소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삼척 같은 곳에 석탄화력 대신 LNG발전소를 지으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것이다.

산업시설이 밀집된 당진과 달리 지역 산업 기반이 취약한 삼척은 정부의 석탄발전소 설립 중단 요구에 더욱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는 삼척시민과 삼척상공회의소 회원 등이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발전소 건설로 1500∼3000여 명의 건설 인력이 유입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2년에 이미 96.8%의 주민 동의로 발전소를 유치한 만큼 사업 계획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산업부 역시 난감하다. 당초 정부가 세운 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기업이 투자한 사업을 정부가 바뀌었다고 강제로 전환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율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 공약에 있는 것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자율 전환을 요구하며 기존 사업의 인허가를 지연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는 큰 부담”이라며 “하루가 지연될 때마다 손해가 쌓이고 있어 최악의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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