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인터뷰 “아마존이 사업 모델… e커머스에 역량 결집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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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아마존과 비슷하지만, 아마존이 무섭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위기감을 느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미 지역의 통신사업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아메리카’에 참석해 현지 주요 기업과 잇달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1위 사업자라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다. 토이저러스·레고(장난감), HP(프린터) 등은 한때 잘나갔다가 순식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의 시간을 점유(customer-holding time)하지 못하면 자칫 생태계 자체가 없어져버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구글·애플과 같은 운영체제(OS)가 없고, e커머스, 클라우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공지능스피커 등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과 아마존은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기술 역량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영업이익을 낮추면서까지 벌어들인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고객의 데이터를 끌어모은 뒤 이를 기반으로 고객보다도 고객을 더 잘 이해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e커머스 역량이 엄청 뛰어나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앞으로 모든 역량은 e커머스로 집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때 매각설이 나왔던 SK플래닛의 오픈마켓인 11번가에 대해서도 “e커머스는 미래 사업이다. 11번가는 아직 60점으로, 훨씬 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매각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SK텔레콤은 통신기업이라기보다 기술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동통신매출(MNO) 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얹어서 더 많은 이익을 주고자 한다. 앞으로도 전체 매출 중 MNO의 비중은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 대신 “어딘가에 묻혀 있는 데이터들을 캐내서 활용해 금맥을 만드는 방법으로 비즈니스모델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나비효과처럼 동떨어져 보이는 일에서 상관관계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AI 등 기계에 일을 시키는 시대일수록 콘텐츠가 중요하다.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점유하기 위해 마음먹고 콘텐츠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콘텐츠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7월 SM엔터테인먼트와의 지분 교차 투자는 이종 산업과의 협업의 시작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서는 “선택약정 할인 등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에는 뜻을 같이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편요금제 등 다른 제도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통신비 2만 원대에 음성 200분과 롱텀에볼루션(LTE) 1GB 데이터를 주는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사실상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샌프란시스코=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정호#skt#e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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