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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東에 西에 번쩍’ 힙스터… 넌 대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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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東에 西에 번쩍’ 힙스터… 넌 대체 누구냐?

김민기자 , 임희윤기자 입력 2017-09-13 03:00수정 2017-09-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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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인생 꿈꾸는 비주류, 이제 유행 선도하는 또다른 ‘트렌드’로
힙스터들이 점령한 연남동, 힙스터처럼 여행하기, 힙스터 성지(聖地), ‘그 안경 힙하다’, ‘이런 게 힙이다’….

언제부터였나. ‘힙스터’ ‘힙’이란 단어가 열병처럼 퍼진 것이. 몇 년 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쓰이더니 최근엔 힙스터 컬러링북까지 나왔다. ‘힙하다’ ‘힙하지 않다’는 이전 세대의 ‘쿨하다’ ‘쿨하지 않다’를 빠른 속도로 대체했다.

멜론차트 톱100을 듣던 에이전트 7(임희윤)은 ‘그런 건 힙하지 않다’는 에이전트 0(김민)의 핀잔을 귓등으로 듣다가 문득 한 줄기 식은땀을 흘렸다. ‘힙, 힙스터란 지구인의 문화적 통일성을 해체하려는 외계인들의 음모…?’

애매모호한 힙스터에 숨은 코드를 캐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고관절(엉덩관절) 통증을 겪은 7은 ‘힙이 아프다. 힙하지 않은 건가’란 농을 던졌다가 두 번째 핀잔을 들었다.

‘쿨함보다 더 쿨한.’ 인터넷 속어 사전 ‘어번 딕셔너리’의 정의. 케임브리지 사전은 ‘힙’을 ‘패셔너블’의 동의어로 봤다. ‘그는 힙한 새 대학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요즘 뜨는 밴드들을 알아봤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예문이다. 감은 잡았다. 0은 서울 주변 탐문에 들어갔다. 7은 인류에게 닥친 문화 위기 극복을 위해 힙해 보이는 북유럽으로 급파됐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전후로 등장한 힙스터는 사치스러운 주류 문화를 거부한다. 이들 문화가 점차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힙스터가 도리어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Max Pixel 제공
○ ‘힙 타령은 그만’… 힙스터는 전쟁 중

0은 요즘 힙스터들이 몰려든다는 서울 중구 을지로를 먼저 찾았다. 중장년층 손님이 가득한 순댓국밥집 곳곳에서 헐렁한 티셔츠에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에코백을 멘 젊은이들이 발견됐다. 예술 영화 이야기로 열변을 토하는 그들에게 0이 “당신이 혹시 힙스터?”라고 물었다. 젊은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인디 음악가 검정치마(조휴일)의 경구를 언급했다.

“‘힙’은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볼드모트의 이름 같은 것이다. ‘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때 당신은 진정한 힙스터로 거듭날 수 있다.”


힙이란, 그것을 좇다 남들과 똑같아지는 순간에 빛을 잃는 신기루 같은 존재…?! 밴드 ‘혁오’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스타가 됐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기존 팬들이 ‘나만 알던 밴드를 (대중에) 뺏겼다’고 토로하자 새 팬들이 맞선 것이다. ‘힙 타령 그만하라.’

힙스터는 뜨는 동네에 몰려다니며 젠트리피케이션(번성한 동네의 임차료가 올라 기존 주민들이 떠나는 현상)이나 유발한다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홍대 예술가병에 걸린 사람’ ‘취향 나치’ ‘문화적 화전민’…. 힙스터를 향한 비판적 수식어가 범람했다.

○ 힙스터는 힙합을 즐기는 사람?

요원들은 5∼8일 조사업체 엠브레인에 10∼50대 이상 남녀 500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의뢰했다. ‘힙스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묻자 50대 이상도 무려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힙스터의 정의’에는 3분의 2 가까운 응답자가 ‘힙합 음악과 패션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헛짚었다. 힙스터의 ‘힙’이 힙합을 연상시킨 듯했다.

0은 힙스터 전문가 문희언 씨를 찾아갔다. 최근 그가 낸 책 ‘후 이즈 힙스터?+힙스터 핸드북’에 실린 ‘힙스터 체크리스트’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문 씨는 미국 TV시리즈 ‘포틀랜디아’(2011년∼)를 보여줬다. 화면 속 힙스터들은 환경을 생각해 자전거를 타고 헌 옷을 리폼해 입고, 동물 보호를 위해 채식주의자가 된다.

그때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7의 허세 가득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내의 ‘힙타운’, #쇠데르말름 지역에서 유기농 커피 마시는 중. 이쪽 힙스터, 별것 없다. 자전거 타고 소규모 양조장 맥주를 즐기며 집에서 재배한 식물을 먹는 이들.” 7은 ‘세계 수염의 날’인 이달 2일, 그곳에서 붉은 수염에 반짝이를 묻힌 힙스터들에게 반한 터였다. 가장 가기 힘든 곳이기에 평양이 세계 최고의 힙스터 도시란 ‘농반진반’도 들었다.

문 씨는 말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반감, 튀고 싶은 사람에 대한 아니꼬운 시선이 힙스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독립 출판물 문화를 만들어 낸 서점, 독립 음악 레이블들은 진정한 힙스터 자격이 있다.” 그는 이런 결론을 붙였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 들어가 아파트에서 산다는 틀에 박힌 트랙이 아닌, 남다른 인생을 꿈꾸고 실천하는 모든 사람이 힙스터다.”

깨달음을 얻은 에이전트들은 결국 진짜 힙스터가 되기로 결심하는데….(다음 회에 계속)
 
김민 kimmin@donga.com·스톡홀름=임희윤 기자
#힙스터#힙스터 체크리스트.포틀랜디아#진짜 힙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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