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조욱상]체육활동에서 해법 찾은 핀란드의 학교폭력 예방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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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상 한국체육대 교수
조욱상 한국체육대 교수
최근 핀란드의 세이내요키라는 중소도시를 방문하여 초중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핀란드의 학교체육은 현재 한국 교육당국이 학교체육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바와 그 목표가 상당히 비슷하다.

학교폭력 문제는 그 중심에 위치해 있다. 핀란드 공교육에서 신체활동은 매우 중요한 교육 콘텐츠이다. 이곳의 한 중학교는 핀란드 전체의 중학교 중 올해 학업성취도 1위를 차지한 학교였다. 하지만 이 학교는 체육수업 시수가 수학과 영어 수업의 시수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교장은 체육수업 시수를 지속해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체육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필자가 방문했던 핀란드 세이내요키시에서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전원이 등·하교 시 의무적으로 통학버스나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게 되어 있다. 등교 후 첫 수업 직전까지 학교 건물의 현관을 개방하지 않고 학생들이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신체활동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모든 교과목 수업이 신체활동과 접목된 교수·학습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신체활동이 인간의 정서능력을 조절하는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뇌과학적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서능력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유·청소년들에게 신체활동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뇌의 전두엽 기능을 강화해 폭력성과 간접공격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크다는 이론이다.

핀란드에서는 또 정신건강과 정서능력에서 문제점이 관찰된 학생들에 대해 교사, 학교 주치의, 그리고 전문심리상담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정서순화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학교는 학부모와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학교폭력과 관련된 행동이 관찰되거나 의심되는 학생의 학부모와 서로 협력한다. 학생들이 공교육 과정을 마칠 때까지 보건 당국이 모든 학생의 정신건강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장기간 추적조사와 종단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접근은 핀란드의 사례처럼 예방과 치유 수단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 중심에 신체활동이 자리해야 한다. 신체활동만큼 폭력 성향을 완화하는 데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 치료 도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뇌과학과 정신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체육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 온 이들 역시 신체활동이 유·청소년의 폭력 성향을 줄이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축적해 왔으며 이를 학술적으로 꾸준히 증명해 왔다.

학생들에게 신체활동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주는 노력과 함께 이들이 신체활동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느끼고 이를 실천해갈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 역시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계속되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조욱상 한국체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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