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의 對話]“4강 대사, 비상시국엔 정무적 판단-협상력 더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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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총장(주 러시아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가 얼마나 ‘신의 기관’인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무엇보다 견제는 고사하고 외부 감시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감사원 감사는 회계감사뿐이고, 국정감사도 이곳에서는 사실상 내부 감사와 동의어이며, 그나마도 두세 시간 안에 ‘번개처럼’ 끝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사무처도 좀 더 세게 국감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회가 얼마나 ‘신의 기관’인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무엇보다 견제는 고사하고 외부 감시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감사원 감사는 회계감사뿐이고, 국정감사도 이곳에서는 사실상 내부 감사와 동의어이며, 그나마도 두세 시간 안에 ‘번개처럼’ 끝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사무처도 좀 더 세게 국감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진구 기자
이진구 기자
《 남의 눈에 티는 잘 보여도 제 눈의 들보는 안 보인다고, 남을 감시하는 기관이 정작 자신에게는 관대한 경우가 많다. 국회도 그렇다. 해마다 국정감사가 열리면 의원들은 피감기관을 매섭게 질타하지만, 정작 자신들과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도서관)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3부 중 하나인 입법부는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아마 다음 달 12일부터 열리는 올해 국정감사도 비슷할 것이다. 이에 대해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가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했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내부 감사, 인사 등 분야에서 국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중간에 떠나게 돼 아쉬움이 많다”고 소회를 말했다. (그는 5일 주러시아 대사에 내정됐다.) 》
―러시아통으로 알려졌는데 특별한 인연이 있나.

“주한 러시아 대사관 법률고문으로 7년 정도 활동했다. 그 인연으로 대사관에서 주선해 국립상트페테르부르크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러 대화’라는 양국 교류 모임에서 정치분과위원장도 맡고 있다.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앞에서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 동상 제막식을 가졌는데 이 모임이 큰 역할을 했다.”

―비외교관 출신인 데다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적어 적절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적인 외교관이 갖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그것이 한계가 될 수도 있다.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는 오히려 정무적 판단과 협상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양자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북한과 연계한 동북아 경제협력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한 상황인데 동북아 경제협력과는 상충되지 않나.

“어려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정치는 정치대로 풀어 나가야겠지만, 경제협력은 또 다른 차원에서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면 풀어 나갈 해법이 있지 않을까. 특히 6일 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한 극동개발협력과 남-북-러 3각 협력의 기초를 다지겠다고 한 만큼 우선은 경제협력을 통한 상호 이익을 추구한다면 실마리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고, 특히 올 초 국회가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실제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가는 과정인데 너무 성급히 단정해 보도된 것 같다. 종전에 국회 청소노동자들은 용역회사 소속이고, 국회가 이 용역회사와 계약을 하고 일을 시키는 간접 고용 방식이었다. 이들을 국회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먼저 국회가 비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뒤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법’을 적용해 전환시켜야 한다. 따라서 현재는 ‘국회가 직접 고용한 기간제(비정규직) 근로자’ 상태지만, 2년 후에는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된다.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이다.”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분들만 국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누구나 공모할 수 있는 공개 채용 방식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일반 지원자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분들 중에 몇 분이나 합격할지 알 수가 없다. 연세가 많은 분도 있는데, 젊은 지원자가 오면 떨어질 가능성이 많지 않나. 그래서 국회가 직접 고용한 뒤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는 방식으로 이분들과 지난해 말 합의했다. 항간에 ‘정규직 했다더니 도로 비정규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환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청소노동자 외에도 국회 안에 간접 고용 직종이 꽤 있다. 모두 직접 고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인가.


“시설, 기능직 분야에 아직도 350명 정도의 간접 고용이 있다. 올해 계약이 끝나는 사람들이 40명이 넘는다. 이분들도 청소노동자들처럼 같은 절차를 거쳐 정규직화할 계획이다.”

―반대는 없었나.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공공기관이 간접 고용을 직접 고용으로 하면 추후에 파급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판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예산 심의 못 한다고 밀어붙여 간신히 설득시켰다. 아주 애먹었지….”

―사실 직접 고용보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절하는 사진이 더 큰 화제가 됐다.

“그날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기념행사가 다 끝나고 나만 사측 대표로 남아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청소노동자분들이 연세도 많은데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분들은 매일 새벽같이 나와서 청소하는데 정작 국회는 정치하는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욕을 먹고 있으니까…. 그래서 순간적으로 울컥해서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것인데….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분들도 너무 당황해하더라….”
 


―다음 달부터 국정감사다. 그런데 정작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도서관)에 대한 국감은 너무 형식적이다. 남을 감시하는 기관이 자신에게는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국회사무처 등 입법부 전체에 대한 국감은 2015년 3시간 반, 2016년 3시간 등 해마다 통상 두세 시간으로 끝난다.)


“충분히 공감한다. 국회사무처 등이 행정부처럼 몇천억 원짜리 사업을 하는 집행기관이 아니라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도와주는 기관인 데다, 의원들과 늘 함께 일하다 보니 국감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국감보다 내부 감사가 더 필요한데 총장이 된 후 보니 문제가 좀 있었다. 국회도 좀 더 세게 국감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

“국회 공무원들은 몇백 대 1의 입법고시를 뚫고 들어온 우수한 인재들이다. 그런데 (국회라는 특성상) 지방도 거의 안 가고 이 안에서만 20∼30년을 함께 근무한다. 그러다 보니 서열 의식이 강하고 선후배 관계도 아주 돈독하다. 이런 점 때문에 내부 감사가 철저하지 못했다. 온정주의로 흐르기도 하고…. 그래서 앞으로는 감사관을 반드시 외부에서 데려오는 강도 높은 감사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징계 결정도 합의제로 하고….”

―합의제?


“감사원처럼 감사위원을 두는 방식이다. 그래야 좀 더 공정하고 눈치 보지 않고 징계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참에 감사 시스템 자체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최근 국회에서는 고위 간부의 폭행과 횡령, 성추행 등의 사건이 발생한 데다 가해자에 대한 처리도 미약해 지탄을 받았다.)

―국회 공무원이 모든 공무원 중 최고의 갑 아닌가. 행정부 공무원이 국회 공무원을 접대할 정도로….


“과거에는 입법부가, 의원도 마찬가지고 행정부에 대해 ‘갑질’하는 경우가 있었다.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제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때문에 불가능하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작년 국감 때 보니까 그런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국회는 내부 감사는 느슨하고, 국감은 고작 두세 시간, 감사원 감사는 직무감찰은 받지 않고 회계감사만 받는다. 만약 개헌으로 내각제가 됐을 때도 이렇게 감사 사각지대가 되면 곤란하지 않나.


“국회사무처 등도 세게 해야겠지만 관건은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다. 의원들을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가 더 본질적인 문제다. 입법부의 99% 결정권은 의원들 손에 달려 있으니까…. 소위 말하는 특권도 없애야 할 테고…. 문제는 그보다 (개헌으로) 국회에 힘을 실어주는데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동의를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이…. 나도 개헌론자지만 국민들이 ‘여야가 이렇게 갈라져 싸우고 있는데 무슨 개헌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지금은 괜히 얘기 꺼내서 뭇매만 맞고 있다.”

―국회와 정당은 별개인데, 우리 국회는 너무 정당의 지배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예속이라 보는 것은 너무 과하고…,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는 하다. 3년 전 내가 원내대표 때 도서관장을 처음으로 공모했는데… 요새 또 야당이 내놓으라고 논란 중이다. 예산정책처장과 입법조사처장은 공모제다. 다만 정책연구위원이라고 해서 정당에서 추천해 (국회가) 급여를 주는 자리가 꽤 있다. 나름대로 일을 하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정당에 있었다고 나라에서 먹여 살리느냐 하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들의 수를 더 이상 늘리지 말라고 결사반대하고 있다. 공무원에게 1, 2급은 평생을 바쳐도 올라가기 힘든 자리 아닌가.”

(편집자 주: 각 당에는 정책연구위원이라는 자리가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정당이 아닌 국회가 급여를 지급한다. 수는 각 정당의 규모에 따라 다르며 대체로 1, 2급이다.)

―의원 시절과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가.


“의원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좀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 뜻에 따랐다기보다는 당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게 더 많지 않았나 하는…. 당의 선거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만 하지 않았나 하는 게 후회가 되더라….”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국회 사무총장 우윤근#동북아 경제협력#국정감사#국회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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