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술핵… 美, 中에 ‘비수’가 될 카드로 대북제재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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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전술핵 재배치’]트럼프, 한일 핵 빗장 풀까
“中 원유공급 안끊으면” 전제 달려
일각 “단순한 엄포로 볼것 아니다”

국내 핵무장론 확산 맞물려 파장
사드보다 훨씬 큰 이슈 폭발력
靑 “日 핵무장 등 갈등 뇌관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매체 보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금기시돼 왔던 한일 자체 핵무장까지 거론되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THAAD·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비해 외교안보적 폭발력이 몇 배는 더 강한 핵무장 이슈가 부상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트럼프, 한일 핵무장 빗장 해제?

미 NBC 뉴스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포함한 ‘대북 군사·외교 대응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선제타격 방안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한 핵 대응 조치 방안까지 논의됐다는 것. 특히 이 매체는 백악관 고위 관료를 인용해 “한국의 요구 시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또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추진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한일 자체 핵무장까지 허용할 수 있다고 나온 것은 일단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더욱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한일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내비쳐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망설이고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에서 이미 수차례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이번엔 단순한 엄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올해 3월 방한한 뒤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허용을 검토해야 할지 모르는 환경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 靑 “동북아 핵 갈등 뇌관 될 수도”

국내에선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전술핵 재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전술핵 재배치는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할 게 아니다”며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의 발언은 전술핵 자체 못지않게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등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 차원에서 전술핵 이슈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북핵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동시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선 때 문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중국의 보복은 물론 일본의 핵무장 등 동북아 ‘핵 도미노’를 불러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으로 보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의 ‘비수’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이 과정에서 한중 관계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 북핵 위협을 계기로 역내 안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움직임도 부담이다. 일본이 미국의 협조로 순항미사일 도입 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전술핵 재배치가 자칫 일본의 군사력 확대와 한미 동맹의 축소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이 원하더라도 우리가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고 할 상황이 아니다”며 “남북관계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 상황에서 우리 국익에 미칠 영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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