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위한 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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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가 표방하는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보다 많은 일자리와 일자리의 질 개선이다.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의 근로자는 1963만 명가량 된다. 이 중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는 민간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으로 구성된 1차 노동시장의 근로자는 439만 명으로 전체의 22.3%에 불과하다. 반면 2차 노동시장에 속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32.8%(644만 명)를 차지해 일자리의 질이 문제가 돼 왔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31만 명 중 약 21만∼22만 명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대담하다. 공공부문에서 19만 명에 이르는 기간제 중 9만∼10만 명은 올해 말까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12만 명에 이르는 용역 파견직 노동자들은 용역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2018년, 2019년에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바뀐다.

유례가 없는 계획인 만큼 어려움도 없지 않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의 야심적인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네 가지가 담보되어야 한다.

첫째, 고용 불안에 시달렸던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한 고용 안정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열악한 대우를 받았던 비정규직은 임금과 복지에서 일정한 처우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셋째, 개별 공공기관과 관계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기 위해선 직종별로 직급 체계와 임금 체계가 통일돼야 한다. 동시에 직종이나 직무 차이로 인해 기존 정규직과 다른 대우(차별과 구분)를 받는 것도 인정돼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대는 아주 높다. 하지만 정규직화 과정에서 임금을 포함한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면, 같은 일을 하는 민간부문과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고 정부의 인건비 지출이 크게 늘면서 지속가능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더구나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월 157만4000원)으로 16.4% 인상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식대, 명절상여금 등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식대 13만 원, 명절상여금 연 100만 원(월 8만3333원), 복지 포인트 연 40만 원(월 3만3333원)을 받는다고 하면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으로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돈은 182만 원 수준이다. 공공부문에서 기간제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바뀌고 용역파견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2018년 첫해의 처우는 이 정도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처우 개선의 체감도는 달라질 것이다. 생활임금제 실시 등으로 이미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받고 있던 지방자치단체, 중앙행정기관의 기간제나 용역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당장 내년에 추가적인 처우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열악한 처우에 놓여 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용 안정과 더불어 한 달에 24만7000원 정도의 일정한 처우 개선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이 정도를 반영해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성과 처우 개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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