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DBR]인공지능 시대… 바보야, 문제는 빅데이터야!
더보기

[DBR]인공지능 시대… 바보야, 문제는 빅데이터야!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학과 주임교수,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산학협력단장, 고승연 기자 입력 2017-09-11 03:00수정 2017-09-11 13:45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인류-AI 공존의 미래
2016년 봄, ‘인공지능의 도전’으로 불렸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이세돌이 완패하면서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됐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이 곧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특히 10∼20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해지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갖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경우, 인간의 역사는 되돌릴 수 없게 되며 결국 인류는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도 인공지능의 미래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테슬라자동차 CEO 일론 머스크가 그 주인공이다. 저커버그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 그는 “AI 부정론자나 재앙을 예언하는 이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며 “매우 부정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관론’을 비판한다. 머스크는 “이 분야에 대한 저커버그의 지식은 한정돼 있다”며 “당신이 지금 AI의 안전성에 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걱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나 부정적인 입장 모두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낙관론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매우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인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즉 ‘특이점’ 이후의 강한 인공지능이 탄생하려면 감각과 동작 등 극복하기 거의 불가능한 장애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능의 실체’ 자체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모든 사람이 누구나 갖고 있는 이 지능의 실체는 너무나 복합적이고 다양한 구성요소로 돼 있어, 제대로 정의하기조차 어렵다. 우리가 알지도, 파악하지도 못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기에 인공적으로 지능을 만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의학이나 과학이 매우 발달한 현재도 아직 우리가 인간 자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지닌 자의식, 섬세한 감정, 열정, 반사신경 등 수많은 요소를 흉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영화는 픽션이니 영화 그 자체로 즐기면 될 뿐, 현실에서 일어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알파고는 바둑 실력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넘어섰지만 정작 자신이 하는 행위가 바둑이라는 사실은 모른다. 아니, 자기 자신이란 것도 아예 없는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바둑돌을 집어서 바둑판 위의 원하는 지점에 놓을 줄도 몰라서 인간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대신 손 역할을 해, 돌을 집어 바둑판 위에 놓아줘야 한다. 사실 바둑판에 바둑돌을 놓는 동작을 할 줄 아는 로봇을 만들기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각종 추천 시스템으로, 영상 판독과 패턴 분석으로 크게 도움을 주고 있는 ‘약한’ 인공지능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래학자 케빈 켈리는 “앞으로 로봇과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제 우리는 약한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유용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 우리가 진짜 걱정해야 할 일

주요기사

인공지능은 현재 어디까지 왔고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앤드루 응 교수는 딥러닝의 대가 중 한사람이다. 그는 스탠퍼드대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구글에서 브레인 리서치팀을 만들었으며, 중국 바이두에서는 1200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를 이끄는 인공지능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응 교수는 “놀랍게도 인공지능이 가져온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개되고 있는 발전의 형태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인공지능의 최근 발전에서 거의 모든 것은 한 가지 형태를 통해 이뤄졌다. 어떤 입력 데이터(A)를 활용해 어떤 간단한 출력(B)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A→B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이미 거의 모든 영역에서 변혁을 주도하고 있지만 응 교수가 지적했듯 거의 모든 혁신의 형태는 A를 입력해 B를 출력하는 한 가지 형태다.

A를 입력해서 출력 B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계학습을 활용해야 한다. 기계학습이란 기계, 즉 컴퓨터 프로그램이 데이터 속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일관적 패턴을 찾아내는(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스팸 제거, 상품 추천, 글자 인식, 이미지 인식, 클릭 기록 분석, 의료 기록 분석, DNA 분석, 자동차나 헬기 등의 자율 운행 등이 모두 이 기계학습 방법을 활용하는 영역이다.

기계학습 기법 중 A를 입력해 B를 출력하는 기법을 ‘지도학습’이라 부른다. 이 기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현재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개선되고 있다. 응 교수는 이 지도학습 기반 시스템의 파괴력이 더 확산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는 “보통의 사람이 1초 이내의 생각으로 할 수 있는 정신적인 과제들을 우리는 지금, 혹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을 사용해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상한 행동을 탐지하기 위해 보안 비디오를 검사하고, 자동차가 행인을 인식하고 이후 운전 방향을 판단하며, 모욕적인 온라인 게시물을 찾아내 제거하는 등의 작업들은 자동화에 아주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A→B 시스템은 A에서 B로 가는 관계를 파악해야 하기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지도학습을 위해 A와 B 모두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아이디어는 물론 오픈소스 코드까지 발표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소프트웨어를 1, 2년 내에 그럴듯하게 복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 일본에서는 딥젠고, 중국에서는 줴이 등 유사한 성능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 1년 내에 등장했다.

하지만 연구자 간 정보 교류 등 인적, 기술적 기반이 없다면 지도학습이 가능한 수준의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데이터가 많은 사업에 있어, 자산이자 진입장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의 폐해를 우려하기에 앞서 우리 기업들이 취해야 할 우선 과제는 일단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파악한 뒤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보다 데이터 부족에 대한 걱정이 좀 더 절실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학과 주임교수 jhkim@assist.ac.kr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산학협력단장 yjc@assist.ac.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dbr#경영#전략#인공지능#빅데이터#ai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