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혐오·자아·기억·사랑… 시대를 읽는 일상의 사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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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인문학:혐오 자아 기억 사랑/김종갑 김석 서길완 임지연 지음/144∼204쪽·각 8000원·은행나무

“분노에서 언어를 제거하면 혐오가 된다. 혐오에는 이유가 없다. 혐오의 감정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언어가 파괴되고 소통이 거부된다. 혐오의 최대 위험은 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생리다. 혐오를 혐오로 맞받아칠 것이 아니라 분노로 혐오의 구조에 저항해 바꿔야 한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강좌와 연계해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질문에 대한 인문학적 해답을 고찰하는 취지로 3년 전 시작한 ‘마이크로 인문학’ 시리즈 2차분이다. 200자 원고지 500장 안팎의 단출한 분량을 묶어 ‘테이크아웃 인문학’ 책을 표방했다.

가뿐한 무게와 크기이지만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현학적 용어를 잔뜩 나열해 필자의 전문가적 소양을 과시한 기색도 없다. 2017년 한국 사회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고민의 화두를 가까운 사례를 짚어가며 살폈다. 걷잡을 수 없이 창궐하는 혐오, 낯설어진 자아, 망각을 지향하는 기억, 화석화된 사랑.

“지금 사랑이 문제라면 노년에도 사랑은 문제로 남을 것이다. 나이든 삶이 곧바로 성숙하고 지혜로운 생활의 경지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을 유토피아로 생각하거나 이념적이고 지고지순한 것으로 여길 때 사랑은 삶 속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내내 유보된다.”

소설, 영화, 에세이 등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와 거창한 ‘이즘’을 지양하고 실생활 속 사유와 연결시킬 수 있도록 했다.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저자들이 각자의 전공에 기초한 서브텍스트를 충실히 활용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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