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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병 주고 약 팔고… 제약회사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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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병 주고 약 팔고… 제약회사의 배신

손택균기자 입력 2017-09-09 03:00수정 2017-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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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제약회사/피터 괴체 지음·윤소하 옮김/589쪽·2만5000원·공존
파킨슨병을 앓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할리우드 영화 ‘러브 & 드럭스’(2010년). 거대 제약회사가 약을 팔기 위해 의사들에게 어떤 뒷거래를 제안하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출처 romedynow.com
“약 한 제 지어 먹여야겠네.”

기운 없어 하는 수험생을 본 친척 또는 동네 어른이 부모에게 건네곤 했던 말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약’은 어떤 존재일까. 어느 만큼의 중요도로 일상에 자리 잡고 있을까.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영양제, 비타민 보충제를 습관적으로 삼켜 넘기는 독자라면 이 책을 잠시 훑어보기 바란다.

저자는 68세의 덴마크인 의사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8년간 제약회사에 들어가 영업과 제품관리 일을 했다. 35세 때 코펜하겐의대를 졸업하고 46세부터 내과 전문의로 일했다. 현재 코펜하겐의대 교수로 유수 국제의학저널에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해 왔다.

이런 이력이 책의 특별함을 담보한다. 추천사를 쓴 드러먼드 레니 미국 캘리포니아의대 교수는 “수많은 책이 제약회사의 임상시험 왜곡과 환자 기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피터 괴체의 글은 제약회사 직원, 의사, 임상의학지 편집자로 쌓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집요하지만 늘 ‘근거중심분노(evidence-based outrage)’에 따라 행동한다”고 했다.

업계 내부고발자로 충분히 신뢰할 만한 이력을 가진 지은이가 4년 전 펴낸 이 책은 제목부터 거침없이 신랄하다. 한국어판 부제인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가 원제에 가깝다. ‘Deadly Medicines and Organised Crime.’ 책의 마지막 장(章)인 ‘환자를 위한 제약회사는 없다’를 그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제약회사들은 이제 질병을 만들어 약을 판다. 1994년 한 연구 집단이 ‘젊은 성인 여성의 골밀도가 정상 골밀도다’라고 임의로 규정한 뒤 ‘그보다 낮으면 골다공증’인 것으로 정의했다. 어이없는 일이다. 제약회사들이 후원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이 정의는 노다지가 됐다. 중년 이상 여성 인구 절반을 ‘비정상’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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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미국인과 유럽인의 주요 사망 원인 1위는 심장질환, 2위는 암이다. 3위는 뭘까. 다름 아닌 약이다. 저자는 거대 제약회사들이 약 부작용의 치명적 위험성을 입증한 임상시험 데이터 보고서를 어떻게 은폐해 왔는지 다양한 최신 사례를 통해 낱낱이 파헤쳤다.

“제약회사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한다. 제대로 시행한 연구에서 ‘이 제품은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부실한 연구를 많이 실시해 반대 결과를 보여준다. 그걸 본 사람들은 헷갈리기 마련이다. ‘연구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 언론이 알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약을 많이 먹게 된 주된 원인은 제약회사가 ‘약에 대한 거짓말’을 팔기 때문이다.”

책은 문제를 자근자근 비판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제시한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비용을 제약회사가 낸 세금을 이용해 정부가 지원하고, 그 결과를 ‘전부 다’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의사, 의약품전문가단체, 환자단체, 학술지, 제약회사 사이의 금전적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덴마크호흡기학회가 신약 임상시험 좌담회에 의사 80명을 초청했다. 5∼10분 강연에 사례비가 1000달러씩. 후원사는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었고 참석자들의 호텔 숙박비를 이 회사가 부담했다. 의사들을 매수하기 위한 목적 외에 무엇이 있었겠나?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의사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위험한 제약회사#피터 괴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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