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대학 학생들과 사제지간 됐네요… 하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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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연세대 합동 강의 첫날
강의후 학생들 날카로운 질문 공세… 대기자 수백명… 수업 인기 높아

7일 서울 연세대 경영관에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이번 학기부터 두 대학 교수 26명이 참여하는 합동 강의를 시작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7일 서울 연세대 경영관에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이번 학기부터 두 대학 교수 26명이 참여하는 합동 강의를 시작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잔하러 여기 안암동에 온 적은 있었는데, 강의하러 오려니…. 하하.”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우당교양관 대강당. 백발에 뿔테 안경을 낀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겸연쩍은 듯 말문을 열었다. 신 교수의 친근한 ‘자기 고백’에 강당을 가득 메운 고려대 학생 400여 명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신 교수의 ‘중국불교(화엄종과 선종)’ 강의가 시작됐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경영관 강당의 강단에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섰다. 차 교수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영원한 맞수이자 동반자”라며 “첫 시간에 강의를 하게 돼 부담이 크다”며 웃었다. 그는 고려대를 상징하는 크림슨색(진홍색)을 배경으로 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연세대 학생들에게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신 교수와 차 교수는 이날 처음으로 소속 대학이 아닌 곳에서 정식 강의를 했다. 이날은 고려대와 연세대의 합동 강의 첫날이었다. 두 대학은 지난해 말 합의를 바탕으로 이번 학기부터 합동 강의를 시작했다. 학교를 대표하는 교수 26명이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매주 강의한다. 수업 정원은 고려대 400명, 연세대 150명. 신청 때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날 고려대 강의 주제는 불교, 연세대는 경제였다. 강의 후 학생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한 연세대 학생은 “기업의 순환출자를 해결할 만한 방법은 무엇이냐”고 차 교수에게 물었다. 한 고려대 학생은 “우리 불교는 ‘사찰’을 중요시하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부처의 홈리스적 삶과 모순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의가 끝난 후 교수와 학생들은 만족한 모습이었다. 신 교수는 “쟁쟁한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해 떨렸다. 사제간의 연이 고려대 학생들과도 맺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민이 씨(20·고려대 노어노문과)는 “앞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총장은 강의에 앞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두 대학이 운동장뿐 아니라 지식의 장에서도 함께하자는 출발점으로 합동 강의를 도입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이번 합동 강의를 계기로 양대 사학이 교육에 있어서 함께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김배중 기자
#고려대-연세대 합동 강의#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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