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개혁, ‘공무원 한 명에 규제 하나’ 뿌리 뽑아야 성공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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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신산업·신기술 분야 규제에 대해 사업을 우선 허용한 뒤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원칙을 바꿔 가기로 했다. 제한된 환경에서 규제를 풀어 신사업을 테스트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원칙 설정이 곧 규제개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분류 기준이 없어 판매되지 못했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트위지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특례 규정을 만들어 올해 6월부터 시판했다. 최고 시속 80km를 낼 수 있지만 올림픽대로는 달릴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전용도로는 가지 못하는 저속 전기차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공무원 복지부동을 질타하며 행정개혁쇄신위원회를 만든 이후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외쳤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규제 권한을 손에 쥔 관료들의 태업에 부닥쳐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지난 정부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규제를 새로 만들면 그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줄이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시범 시행했다. 그런데 이 기간에 줄이려고 시도한 기존 규제는 전체의 11%에 그쳤다. 자기 부처의 규제만은 예외로 해달라는 관료사회의 요구를 다 받아준 탓이다. 더구나 공무원 수를 늘려 ‘큰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이다. ‘공무원 한 명에 규제 하나’라는 얘기가 있다. 규제개혁을 성공하려면 공무원 수부터 줄이고, 규제를 마치 철밥통의 숟가락처럼 여기는 공무원 인식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안#공무원 한 명에 규제 하나#공무원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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