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김민재 없었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이란과 우즈베크전 무실점 수비 주역, 몸싸움 능하고 패스 성공률도 높아… 홍명보 이을 대형 선수 성장 가능성
노장 이동국-염기훈-이근호도 빛나

189cm, 88kg의 거구인 그가 달려가 어깨로 밀면 상대 공격수들은 ‘퍽’ 하고 튕겨 나간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졸전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축구대표팀에서 21세 ‘젊은 피’ 김민재(전북·사진)의 활약은 눈부셨다. 동료가 상대를 놓쳤을 때 빠른 커버 플레이로 실점을 막았다. 이란전에서 상대 선수의 발에 머리를 밟히기까지 했지만 온몸을 던져 상대 슈팅을 차단했다. 공격 본능도 발휘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김민재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73.8%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측면 공격수 이근호(55.6%)보다 높은 수치다.

승리를 못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최종예선 1∼8차전에서 10골을 내줬던 대표팀 수비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앙수비수 김민재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란전이 첫 A매치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노련했다. 김민재의 발견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신태용호’의 가장 큰 소득으로 꼽힌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최종 명단 발표 전에 전북 경기를 보러 간 것은 김민재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김민재를 주전 수비수로 기용하겠다고 마음먹은 뒤에 그의 파트너로 누구를 세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김민재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괴물 수비수’라는 별명답게 소감도 당찼다.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도 긴장되지 않았다. 자신 있게 플레이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의 작은 횟집 아들인 김민재는 학창 시절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와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로부터 ‘운동 DNA’를 물려받았다. “아버지께는 골격을, 어머니께는 스피드를 물려받은 것 같다”는 김민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의 뒤를 이을 대형 수비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민재보다 17세 많은 이동국(38·전북)과 염기훈(34·수원), 이근호(32·강원) 등 K리그 베테랑 3인방의 활약도 빛났다. 선발 출전한 이근호는 경기 초반부터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후반 33분 이근호 대신 교체 투입된 이동국도 짧은 시간임에도 두 차례 위력적인 슈팅을 시도하며 후반 막판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왔다. 후반 19분 들어간 염기훈은 특유의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공격수들의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영국 BBC는 6일 현재 본선에 진출한 8개국 주요 선수와 감독, 과거 전력 등을 소개한 기사에서 “월드컵 본선에서 이동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김민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