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반대’ 집회 효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집회-시위 확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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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7월말 시위자제 탄원서
8월 17일엔 침묵시위 개최… 하루 평균 2.4→0.7건으로 감소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사거리에서 주민들이 ‘집회 시위 제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인근 집회의 소음에 불만을 토로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사거리에서 주민들이 ‘집회 시위 제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인근 집회의 소음에 불만을 토로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주택가 골목길에서 크게 떠들던 시위대가 사라졌어요. 이제 좀 살 것 같아.”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만난 박모 씨(73)는 최근 동네가 부쩍 ‘조용해졌다’며 반색했다. 주민센터 일대는 청와대 사랑채 앞과 함께 ‘시위대의 성지’라 불리며 늘 시위대가 북적이던 곳이다. 지난달 17일 주민들이 ‘청운효자동 집회 근절 촉구 집회’를 개최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청이 6일 공개한 ‘청운효자동 집회신고 현황’에 따르면 5월 10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99일간 주민센터 인근에만 241건의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하루 평균 2.43번이나 시위대가 다녀간 셈이다. 반면 지난달 17일부터 보름동안 열린 집회는 11건(하루 평균 0.73건)에 불과했다. ‘집회 근절 집회’ 이전과 비교할 때 집회 수는 30% 이하로 줄었다.

주민센터 인근이 시위대로 북적이기 시작한 것은 올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린다. 문 대통령이 ‘낮은 경호’를 강조하면서 청와대와 가까운 주민센터 인근은 확성기와 마이크를 들고 시위대가 오기 시작했다. 5월 44건에 불과하던 집회는 6월 88건, 7월 83건으로 대폭 늘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는 6월 초부터 주민센터 앞 인도까지 막고 불법천막을 설치해 상주했다. 수십 명의 시위대가 폭 4, 5m의 동네 골목길을 누비며 ‘양심수 석방’ 등 구호를 외쳤다.

급기야 촛불집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주민들이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잦은 집회 문제를 해결할 청운효자동주민대표단을 꾸렸고 7월 말 종로경찰서에 ‘동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하라’며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대표단은 지난달 14∼16일 주민 피해사례 접수를 받았다. 17일 주민들은 ‘집회시위 제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큰 소리를 내는 시위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침묵시위’를 벌였다.

주민이 직접 나서자 골목을 누비던 시위대가 점차 사라졌다. 금속노조의 불법천막도 지난달 23일 철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주최자들도 애꿎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자신들의 주장만 펴는 게 설득력이 떨어지고 여론의 힘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대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던 주민도‘캠페인을 통한 계도’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민대표단 관계자는 “집회도 일종의 의사표현이다. 존중한다”며 “질서를 지킨다면 집회 수가 다소 늘더라도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집회#청와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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