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긴 마찬가지… 핵실험 지진은 왜 재난문자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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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자연지진때만 긴급문자… 진동 느낀 시민들 안내 없어 더 불안
전문가 “사회재난… 정보 제공해야”

“낮 12시 31분쯤 건물이 미세하게 흔들린다고 느꼈는데, 막상 지진 경보 문자는 오지 않더라고요. 정보가 없으니 더 불안했죠.”

서울에 사는 A 씨의 이야기다. A 씨뿐 아니라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공지진(규모 5.7)의 “진동을 느꼈다”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수십 건의 문의전화가 지역 내 소방서로 몰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날 낮 12시 30분 이후 “전쟁이 일어난 것이냐” “지진 같은데 왜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느냐” 등의 글이 쏟아졌다.

시민들이 북한 핵실험 뉴스를 접하기 전까지 ‘깜깜이’였던 것은 인공지진의 경우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 방송서비스(CBS)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규모 5.0 이상 지진은 15∼25초 내에 발생 시간과 위치, 규모, 진도 등을 CBS를 통해 알리고 있다.

기상청이 지진 정보를 행정안전부로 보내면 행안부는 다시 통신사로 보내 개개인에게 경고 문자를 전달하는 체계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안 된다. 5분 내로 자세한 지진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지진 당시 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지진 경보체계를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CBS는 자연지진일 때만 전송된다. 인공지진은 별도의 기준이 없어 아무리 규모가 커도 시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 기상청은 “핵실험 정보는 신속성보다는 정확성과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3일 인공지진 발생 당시 3분 내에 청와대와 안보당국에, 7분 내에 정부기관과 방송사에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고 했다.

하지만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역시 국내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시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연지진처럼 긴급재난 문자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의 종류에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 있다”며 “핵실험 인공지진은 엄연한 사회재난인 만큼 국민에게 신속히 정보를 전달해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선진국들은 사회재난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세밀히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29일 오전 5시 58분경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4분여 만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으니 지하로 피란하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송했다.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기 전이었다. 기상청 이미선 지진화산센터장은 “관련 부처와 상의해 인공지진 전달 체계를 어떻게 보강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재난문자#사회재난#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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