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잔디’는 문제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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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m에 익숙한데 더 길어 보여… 공 느려져 역습-패스플레이 제약
경고누적 최철순 대타 유력 고요한 “축구화 5켤레나 챙겨 완벽 대비”

“이번에는 축구화 5켤레를 챙겨 왔습니다.”

축구대표팀 수비수 고요한(29·FC서울·사진)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앞두고 그는 국내에서 사용하던 짧은 스터드(축구화 밑창의 징)의 축구화만 챙겨 원정길에 올랐다. 큰 실수였다. 경기장 잔디가 미끄러웠던 탓에 수차례 넘어진 그는 상대에게 쉽게 역습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 대비해 스터드가 쇠로 된 것 등 여러 켤레의 축구화를 준비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쇠 스터드나 길이가 긴 고무 스터드는 잔디에 깊숙이 박혀 선수의 몸을 지탱하는 힘이 강하다. 그라운드가 미끄럽거나 무를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란전에 선발로 나섰던 측면 수비수 최철순(30·전북)은 경고 누적으로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난 고요한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다. 고요한은 “수비에 집중하면서도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일전을 벌일 타슈켄트의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 길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훈련장으로 사용 중인 부뇻코르 아카데미필드와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필드와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는 외견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선수들이 발을 디딜 때 잔디가 움푹 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잔디 길이가 예상보다 길었다. 협회 관계자는 “통상 대표팀이 안방경기를 치를 때는 잔디를 1.5cm 정도로 짧게 깎아 패스 축구에 적합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뇻코르 스타디움은 1.5cm보다 잔디가 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잔디가 길면 볼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에 역습과 패스 플레이에 제약이 생긴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 잔디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 한국 축구장 잔디가 위로 곧게 자라는 타입이라면 부뇻코르 스타디움 잔디는 둥글게 말리는 타입이라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잔디가 스터드에 꼬이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선수들이 큰 불편은 호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고요한#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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