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ILO 사무총장 “한국, 노동권 보장 해묵은 문제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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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ILO 사무총장 방한… 2년 만에 모인 노사정 대표와 간담회

“한국은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해묵은 문제가 많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61)이 4일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주최로 열린 노사정(勞使政) 대표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다. 라이더 총장은 고용부 초청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ILO 사무총장이 정부 초청으로 방한한 것은 처음이다.

라이더 총장은 “한국 정부는 노동과 관련해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한국은 그동안 경제성장과 고용증진에 주력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청년일자리, 최저임금 정책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새 정부 노동정책에 지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비공개 오찬에서도 “새 정부의 노동 존중 사회에 대한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신의 방한을 계기로 노사정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 장관을 비롯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노사정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5년 9월 15일 대타협 합의문 체결식 이후 2년 만이다. 박 회장을 제외한 참석 인사 전원이 노동계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끌었다.

라이더 총장은 “한국에선 현재 사회적 대화와 노사 협력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ILO도 (한국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라이더 총장의 방한이 노사정 대화에 물꼬를 트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오찬을 마친 뒤 라이더 총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노동 기준에 맞춰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1991년 12월 9일 ILO의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한국은 지금까지 189개 협약 중 27개만 비준했다. 새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ILO 핵심 협약 비준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조만간 교원노조법 개정 등을 통해 전교조 합법화를 이룬 뒤 협약 비준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여야와 노사 간 적잖은 충돌이 예상된다.

라이더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ILO의 임금주도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고 평가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2012년 10월 취임한 그는 ILO 최초로 정부 관료를 지내지 않은 순수 노동운동가 출신 사무총장이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재선에 성공해 다음 달부터 2022년까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1997년 1월 당시 민노총이 정리해고 법제화에 항의해 총파업에 나서자 국제노동단체 인사들과 함께 방한해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라이더 총장과 노사정 대표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같은 민노총 출신인 문 위원장과 최 직무대행이 나란히 섰음에도 손을 잡지 않아 관심을 모았다. 문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손을 잡기에는 어색하다”면서 “노사정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 손을 잡은 사진이 찍히면 노동계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유근형 기자
#라이더#ilo 사무총장#한국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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