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체-서울색 그런게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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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
안내 사인-시설물 통일 위해 개발
시장 바뀌며 동력 잃고 방치 상태

서울 광화문광장 ‘역사물길’에는 조선 건국 이후 우리나라 역사의 주요 사건을 바닥에 기록해 놓았다. 이 글자체가 서울서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 광화문광장 ‘역사물길’에는 조선 건국 이후 우리나라 역사의 주요 사건을 바닥에 기록해 놓았다. 이 글자체가 서울서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서체(書體)와 서울색(色)을 아십니까.

복잡한 서울 풍경을 좀 더 통일성 있게 만들고 디자인이 살아 숨쉬는 거리로 만들자며 2008∼2009년 개발 도입한 서울서체와 서울색이 올해로 9년째를 맞았다.

서울서체는 수많은 안내판과 시설물이 시각적으로 불협화음을 이룬다는 고민 아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내세우며 추진했다. 2008년 8월 한옥의 열림과 곡선미를 표현한 명조체인 ‘서울한강체’와 강직한 선비정신과 단아한 여백을 가진 고딕체 ‘서울남산체’를 선보였다. 국문, 영문, 가늘고 굵은 정체와 장체로 개발해 이듬해 특허청에 디자인등록을 마쳤다.

서울서체는 서울시청과 동주민센터 현판을 비롯해 화장실안내사인, 지하철 관련 공공사인, 공문서와 각종 홍보물에 사용했다. 골목길에 부착된 장소 설명판에도 종종 쓰였다. 변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복잡한 시설물에 통일성 있는 서체를 쓰면서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도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서울서체를 내려받아 쓴다. 저작권 문제가 없고 무료로 쓸 수 있어 지금까지 4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했다.

서울색도 2009년 시민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탄생했다. 시는 남산 한강 하늘 경복궁 명동성당 시청 인사동 동대문시장 명동 등 서울을 대표하는 인공 또는 자연환경 33가지를 골랐다. 여기서 이미지 9800여 개를 찾아내 색채와 모자이크 분석을 통해 기본색 250가지(서울현상색)를 뽑았다. 이 중 전통 한옥 기둥에 많이 사용하던 단청빨간색을 비롯해 한강은백색 남산초록색 고궁갈색 꽃담황토색 서울하늘색 돌담회색 기와진회색 은행노란색 삼베연미색 등 10색을 서울대표색으로 정했다.

서울시가 시민 733명에게 ‘서울 하면 떠오르는 색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153명이 서울하늘색을 꼽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서울광장과 도심을 가득 채운 ‘붉은악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단청빨간색은 60명이 골랐다.

그러나 디자인 서울은 오 전 시장이 물러나면서 위축됐다. 당초 하이서울페스티벌 같은 행사에 적극 사용하고 기념품 같은 상징물을 만들어 홍보에 나서고, 도시경관에도 서울색을 적극 적용하기로 했지만 동력을 잃었다.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고 ‘디자인 서울’을 기획, 실행했던 디자인 관련 부서의 인력과 조직이 감축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남은 서울색 가운데 시민이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2010년 본격 도입한 서울해치택시의 꽃담황토색이다. 경복궁 자경전의 꽃담을 참고해 만든 꽃담황토색을 미국 뉴욕의 옐로캡, 영국 런던의 블랙캡처럼 시내를 누비는 대표적 서울색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서울시의 택시 7만2378대 가운데 해마다 1만여 대가 교체되는 것을 감안해 올해까지 모든 택시를 꽃담황토색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고차로 팔 때 불리하다는 이유로 개인택시까지 확산되지는 않았다. 현재 법인택시 소속 2만1000여 대만 꽃담황토색을 유지하고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색#서울서체#디자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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