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존 위해 싸워 온 인류, 전쟁 DNA 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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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전쟁/아자 가트 지음/오숙은 이재만 옮김/1064쪽·5만3000원·교유서가

저자는 채집을 해왔던 인류의 역사가 인간에게 전쟁 본능을 장착시켰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까지 채집 생활을 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룬타 부족의 모습. 교유서가 제공
저자는 채집을 해왔던 인류의 역사가 인간에게 전쟁 본능을 장착시켰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까지 채집 생활을 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룬타 부족의 모습. 교유서가 제공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핵 도발 소식을 듣고 있으면 ‘전쟁이 곧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 하지만 새로운 일도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없었다. “인류는 본능적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다소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인류의 전쟁사를 총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아자 가트 교수다. 그는 “여덟 살 때인 1967년 6월, 아랍과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이 일어났다”며 “전쟁이라는 주제는 그 무렵부터 나의 독서와 생각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책은 저자가 9년간 전쟁이란 주제에 매달려 연구해 온 역작이다. 전공인 군사학뿐 아니라 동물행동학, 진화심리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을 통해 ‘전쟁’의 본질을 소개한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200만 년 전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최근 1만 년을 제외한 199만 년간 모든 인간은 농경이 아닌 수렵을 생존 방식으로 택했다. 이 기간 동안 동물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듯 채집생활을 하던 인간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하고 싸움을 벌였다. 저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이 인류 역사의 99.5%를 차지하는 채집사회에서 형성됐고, 이로 인해 공격성이 인간 본성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후 문명의 발전과 함께 전쟁의 규모와 잔혹성이 커졌다. 목축·유목사회에서 부족사회, 그리고 도시국가, 제국, 근대민족국가 등으로 문명과 인간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집단싸움인 전쟁의 양상 역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걸까. 저자는 공동이익을 약속하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방대한 전쟁사에 대한 소개에 비해 결론은 다소 싱거워 보인다. 하지만 전쟁을 일부 관점이 아닌 인류 전체의 역사로 조망해 분석한 책은 많지 않다. 안보와 국방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문명과 전쟁#아자 가트#북한 핵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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