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얼르고…‘능구렁이 케이로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잔디 상태 등 불만 쏟던 이란 감독
30일 회견선 한국축구 줄곧 칭찬… 곤란한 질문은 노련하게 받아쳐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
‘이란의 국민 영웅’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축구대표팀 감독(64·포르투갈)은 많은 경험을 한 지도자답게 노회했다. 전략과 전술에 대한 질문은 웃음으로 넘겼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되레 맞받아쳤다. 오히려 한국 축구를 칭찬하며 호기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국과 이란의 결전을 하루 앞둔 30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우리도 연속 무실점 및 무패 기록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신태용 한국 감독을 잘 모른다. 비밀스럽게 훈련하고 있어 정보도 없다”면서도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뛰는 것은 당연하다”며 승부사 기질도 보였다.

이날 케이로스 감독의 모습은 그동안과는 전혀 달랐다. 2013년 6월 한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펼쳐 논란을 빚을 정도로 다혈질적인 그는 27일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할 때 잔디가 형편없다며 크게 불평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관련 사진을 올려 한국 축구환경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늘 강조하지만 한국은 좋은 팀이다. 한국과의 경기는 항상 좋은 경험이 된다. 좋은 팀과 경기해야 이란도 발전할 수 있다”며 줄곧 한국 축구를 칭찬했다. 회견 도중 “한국 취재진이 너무 긴장한 것 같다. 좀 더 여유 있게 하고 싶다”며 농담까지 던졌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중 어느 팀과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 싶나’란 질문엔 “여기서 잘못하면 친구 한 명을 잃을 수 있다. 지금으로선 더 좋은 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아시아를 대표했으면 한다”고 노련하게 받아쳤다. 케이로스 감독은 로이터통신 기자가 “(똑같이 이란 정부의 경고를 받았는데) 마수드 쇼자에이는 선발하지 않고 에산 하지사피는 뽑았다”며 그 이유를 물었을 때도 여유가 넘쳤다. “이미 언론에 많은 정보가 있다. 24명만 데려올 수 있기에 지금의 명단이 나왔다. 내가 외부의 영향으로 명단을 결정할 사람인가.”

노회한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있다며 이를 인용해 회견을 마쳤다.

“지금까지 나를 몰랐다면 이제 알게 될 것이다.”

파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란#카를루스 케이로스#축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