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광고판이 고객을 알아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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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IT 활용 서비스’ 가속도

유모차를 끌고 대형마트에 온 30대 주부 A 씨. A 씨가 지나는 동선을 따라 양 옆의 디지털 광고판 화면이 유아용품 할인 광고로 바뀐다. 20대 남성 B 씨가 지나갈 때에는 최신 휴대전화 광고가 나온다. 광고판이 고객을 알아보고 맞춤형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10월 이마트 경기 죽전점에 가면 이런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홍채 인식 맞춤형 광고판의 초기 모습이 실제 매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마트와 삼성전자가 똑똑한 디지털 광고를 기반으로 한 미래형 마트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에서 디지털 사이니지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남윤우 이마트 개발본부장은 “미래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해 미래형 마트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와 삼성전자는 시범적으로 10월 이마트 죽전점 내부의 광고판 중 80%를 ‘삼성 스마트 사이니지’로 교체한다. 내년에는 200억 원을 투입해 이런 디지털 사이니지 점포를 30개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관제센터에서 통신망을 통해 광고 내용을 제어할 수 있다. 매장 곳곳의 현수막과 종이 광고판을 디지털 사이니지로 바꾸면 빅데이터 분석, 안면인식 기술 등을 접목해 소비자 밀착형 광고가 가능해진다.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쇼핑몰 광고판은 홍채 인식으로 고객을 알아본다. 2017년 이마트 죽전점 버전의 광고판은 ‘안면인식 프로파일링’ 기술로 고객의 성별과 연령 등을 파악한다. 앞을 지나는 고객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30, 40대 여성인지, 20대 남성인지를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서비스한다는 개념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간대별 광고도 가능하다. 오전에 특히 많이 팔리는 샴푸 등 생활용품은 가능하면 낮 12시 이전에 보여주고, 저녁이 되면 반찬거리나 야식 등을 노출하는 식이다. 이마트와 삼성전자는 ‘힛트맵(Heat Map)’으로 불리는 고객 동선 분석 기술도 개발 중이다. 누가 어떤 물건을 어디에서 구입하는지, 어떤 상품 코너에 오래 머무는지, 어느 경로로 움직이는지 등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 동선 정보는 향후 매장 진열 기법과 상품 배치, 재고 관리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통과 정보기술(IT)의 접목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적극 투자해온 분야다. 2014년에는 그룹 내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한 주문서비스인 스타벅스코리아의 ‘사이렌 오더’, 그룹 간편결제서비스 ‘SSG페이’ 등도 대표적인 IT 융합 서비스다.

신세계그룹 호텔 계열사도 IT로 무장하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28일 스마트폰 형태의 ‘핸디(handy)’를 국내 최초로 전 객실에 도입했다. 웨스틴조선호텔에 묵는 고객은 핸디로 국내외 무료 통화, 무제한 인터넷 데이터를 통한 웹서핑, 관광정보 검색, 공연 티켓 구입, 룸서비스 주문 등을 할 수 있다.

노상덕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총지배인은 “10년 전 와이파이를 도입한 호텔이 업계를 선도했고, 5년 전엔 와이파이 무료 제공이 화두였다. 지금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모바일 컨시어지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디지털 광고판#빅데이터#it#모바일 컨시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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