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직 명장 “뿌리산업 경쟁력 충분… 꿈 찾는 청년들 도전해볼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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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 선정
스타기술인 배명직 명장

배명직 명장이 기양금속공업 실험실에서 도금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기양금속 제공
배명직 명장이 기양금속공업 실험실에서 도금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기양금속 제공
경북 예천군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일을 돕느라 공부와 담을 쌓았다. 사춘기에는 문제아였다. ‘고등학교는 졸업하자’는 생각에 영주종합고 화공과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도 꼴찌였다. 도금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배명직 명장(58)의 이야기다.

2학년이 되자 담임교사가 “나쁜 일만 하지 말고 좋은 머리로 자격증이나 따라”며 화학책을 건넸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자격증 공부는 이상하게 재밌었다. 화학분석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대구의 한 도금공장에 취업했다.

“제 사무실 중앙에 그때 딴 자격증을 걸어 놨죠. 자격증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설레고 용기가 나거든요.”

낚싯대, 염색, 피혁공장 등을 전전하다 서울로 온 배 명장은 삼우금속 도금공장에서 꽃을 피웠다. 폐수처리장에서 일하며 6개월 만에 도봉구 환경과로부터 최우수 모범업소 표창을 받았다. 고졸 30대 사원으로는 최초로 간부(계장)로 승진했다. 생산부에서는 공정개선을 표준화해 불량률을 대거 줄였고, 26세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1985년 아예 회사(명일금속)를 설립해 1992년 현재의 기양금속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후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대헌공업전문대(현 인천재능대)에서는 특수도금기능사와 전기도금기능사를, 한국산업기술대 신소재과에서는 도금기능장과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공부도 계속했다.

이후 국무총리 표창, 대통령 산업포장 등을 수상했으며 2007년 표면처리 분야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대한민국 명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 중 기술 발전과 기술자 지위 향상에 공헌한 사람을 선정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올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숙련기술인 홍보대사(스타기술인)로 선정된 배 명장은 요즘 청년들을 많이 만난다. ‘멘토’로서 고민을 들어주고, 미래를 위한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다.

“꿈은 노력하게 하고 노력은 꿈을 가능하게 한다.”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배 명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배 명장은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지 못하는 요즘 청년들이 안타깝다. 그는 “우리는 우직하게 한길만 걸어도 성공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어렵다”며 “우물을 파다가 아닌 것 같으면 다른 우물을 찾아야 한다. 자기 적성에 맞는 걸 빨리 찾으란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도금 같은 뿌리산업(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6개 기술 산업)은 성공 확률이 높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부족하다”며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업종에 뛰어들어서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배명직#뿌리산업#특수도금기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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