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美외교관 추방’ 러시아에 비자발급 중단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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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주재 모든 美공관서 업무 중단… 9월 모스크바 대사관서만 재개
푸틴, 주미대사에 對美 강경파 임명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자국 내 미국 외교 종사자 3분의 2를 추방하는 초강수를 두자 미국이 이번에는 비자 발급 중단이라는 카드로 맞대응했다.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며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면서 시작된 미러 외교전쟁이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주재 미대사관은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내 모든 미국 공관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비(非)이민비자 발급 업무를 23일부터 일제히 중단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모스크바 대사관에서만 해당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측의 조치가 유지되는 한 모스크바를 제외한 다른 지역 미국 외교 공관에서 비자 발급 업무가 무기한 중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주장은 한마디로 러시아가 자국 외교관의 3분의 2인 755명을 감축했으니 비자를 발급할 인력이 없다는 뜻이다.

비이민비자는 공무 사업 출장 치료 관광 투자 연수 등 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자를 말한다. 지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미국 공관들은 18만2958건의 비이민비자를 발급했고, 모스크바에선 13만6665건을 발급했다. 하지만 앞으로 모스크바에 사는 러시아인이 미국 비자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하며, 그 외 지역 주민의 미국 여행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같은 날 “미국의 비자정책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러시아 측은 동등한 조치로 미국 공민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신임 주미 러시아대사에 대미 강경매파인 아나톨리 안토노프 외교차관을 임명했다. 미국과는 당분간 화해 모드로 지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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